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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전염병과 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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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대도시의 발달과 함께 전염병과의 사투 시작돼
상하수도·아스팔트 포장도로 등장으로 도시 청결 유지
21세 들어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전염병이 도시 위협
운송수단의 발달로 바이러스 국경 넘어 전 세계로 전파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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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오랫동안 사람들은 신석기 시대 이후 시작된 농업혁명의 결과로 발생한 잉여농산물이 도시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고 믿어왔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을 생산하지 않는 도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식량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일부 도시는 농업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등장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시는 방어, 교역, 재분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등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발생원인이 어떻든 일단 등장한 도시는 그 자체로 성장하게 된다. 평평한 유리는 태양빛을 모으지 못하지만 한쪽으로 쏠린 유리는 렌즈를 형성해 태양빛을 모아 불을 지필 수 있는 것처럼 도시라는 공간에 모여든 사람들은 그 이전까지 생각하기 어려운 방향의 발전과 변화를 만들어낸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들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인구의 상호작용속에서만 등장할 수 있으며, 유지될 수 있다. 인구 100만의 도시와 인구 1000만의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의 차이는 도시의 규모로 인해 만들어진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새로움과 독특함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과거 농업위주의 사회에서 농업과 분리돼 별개로 존재하는 도시라는 존재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유럽의 중세시대에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다'라는 말이 등장하였다. 중세유럽은 농업에 기반한 장원을 근간으로 하는 자급자족적 봉건제 시대였지만 각 지역별로 필요한 물건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들을 상호 연결시켜주는 교역의 중심지로서의 '도시'가 등장했다. 도시의 삶은 단순한 성실함뿐만 아니라 빠른 눈치와 상황판단, 그리고 결정을 필요로 한다. 이렇기에 도시는 긴장을 증대시키고 교환을 가속화시켜며, 사람들의 삶을 계속 변화시켜왔다.


선진국의 경우 도시화율이 높으며 개도국은 낮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해보면 도시화율이 낮은 국가의 경우 아직까지 발전잠재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사회를 가정해보자. 이곳에서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1인당 점점 줄어든다. 작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경우 기술의 혁신이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도시화가 진전돼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면 1인당 영농면적은 점차 넓어지고, 기계화나 자동화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한 사람들은 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분야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국가 전체적인 부가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도시의 성장과 확대는 발전의 원동력이자 혁신과 새로움이 등장할 수 있는 원천이 돼 왔다.

[최준영의 도시순례]전염병과 대도시 원본보기 아이콘


그렇지만 도시의 성장, 특히 인구 100만을 넘는 대도시는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도시의 성장은 그 반대로 혼잡을 가져왔다. 복잡은 다양한 관계를 뜻하는 긍정적 의미인데 비해 혼잡은 관계의 형성을 저해하는 무질서와 혼란을 의미한다. 복잡성이 주는 이익이 혼잡으로 인한 비용보다 큰 시점까지 도시는 성장하고, 그 선을 넘게 되면 정체되거나 쇠퇴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도시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는 질병과 보건이었다. 세균 및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일정 수 이상의 인구를 필요로 한다. 인구가 너무 적거나 넓게 퍼져 있으면 전염병은 확산되지 않고 고립돼 소멸된다. 인류가 '도시'라는 공간을 만들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전염병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고 인류를 괴롭히면서 같이 변화해왔다. 많은 전염병은 동물에게서 시작되어 사람으로 전파되며, 한곳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할수록 더 빠르게 확산된다. 질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고, 위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시절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도시를 버리고 밀도가 낮은 시골로 떠나는 것이었다. 도시의 인구와 규모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과 축소를 반복해왔다.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수도와 하수도, 그리고 도로포장은 과거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시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 이전까지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이 소모되는 일이었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얻어진 부는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삭막함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도로의 등장은 적은 인원으로 도시의 청결을 유지해줄 수 있도록 해 주었던 존재였다. 상수도와 하수도의 보급은 상습적으로 나타나던 수인성 질병의 원인을 차단했으며, 20세기 중반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항생제 등 약품과 의료기술의 발달은 도시를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도시와 질병의 싸움에서 도시가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오면서 질병, 특히 바이러스에서 유래하는 전염병은 다시 도시를 위협하고 있다. 도시의 성장과 확장에 따라 증가한 인구는 더 넓은 면적을 필요로 했으며, 이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연생태계가 훼손되면서 그곳에서 동물과 함께 생활하던 세균과 바이러스들은 인간과 급속히 가깝게 됐다. 일단 도시로 침투한 세균과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질병의 형태로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여기에 고속철도와 항공기 등 운송수단의 속도와 범위가 확장되면서 전염병은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세계로 단시간내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우리가 연달아 경험하고 있는 사스, 메르스, 그리고 최근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모두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도시는 과연 전염병의 역습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런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연이은 전염병의 발병과 그로 인한 혼란을 목격하면서 이러한 확신은 흔들리고 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빛나는 소수의 대도시, 그리고 사막같이 황폐해지는 나머지 지역의 양극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대규모 전염병의 잇단 발생은 도시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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