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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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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킹메이커'의 사전적인 의미는 국왕옹립자다. 용어의 기원은 15세기 영국 '장미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왕위를 놓고 랭커스터와 요크 가문이 치열하게 싸울 때다.


귀족이자 정치가인 워릭 백작 리처드 네빌이 해결사로 나섰다. 에드워드4세(요크)를 국왕으로 옹립했다가 헨리6세(랭커스터)를 복위시켰다. 훗날 그는 킹메이커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킹메이커는 정치권의 용어다. 한국 정치사에서 킹메이커를 꼽는다면 '허주(虛舟) 김윤환'을 빼놓을 수 없다. 1987년, 1992년 대선은 그의 손에 의해 결정됐다. 노태우·김영삼(YS) 대통령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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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는 언론인 출신이다. 조선일보 정치부장을 거쳐 편집국장(대리)을 지내며 정무적인 감각을 길렀다. 여론의 기류를 살피며 정치구도를 설계하는 능력.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파악해 현실 정치에 접목하는 역량. 허주는 차별화한 능력을 선보이며 한국 정치 최고의 킹메이커로 올라섰다.


허주가 경북고 동창인 노태우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킬 때만 해도 지연·학연에 따른 선택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민주계인 YS를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킹메이커 위상을 드높인 계기였다. 허주는 민정계 출신이다.

허주는 민정계를 설득했고 YS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대선 때마다 허주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지목한 인물은 청와대 문턱을 반쯤은 넘은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킹메이커의 전성시대는 1980~1990년대이다. 요즘도 대선주자 주변에는 '조언자'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시대 흐름을 꿰뚫어 보는 능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정무 감각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대선주자의 곁은 과분한 자리다. '재목(材木)'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전에 외면받는 존재로 만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메시지로 말한다. 정국의 주요 길목에서 정치 이벤트를 준비했다면 기대 수위에 부응하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엉뚱한 메시지를 내놓거나 하나마나한 이벤트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대선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빠진다.


정치 지도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진짜 위기의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류정민 정치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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