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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크고 작은 투키디데스의 함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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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破七). 1달러의 가치가 7위안을 넘어섰다. 2005년 이후 6위안을 오르내리던 위안화의 가치가 드디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반응은 신속했다.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이다. 조금 당혹스럽다. 5차례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과거와 달리 이번은 그 파급효과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2개국(G2)의 패권전쟁은 무역전쟁, 기술전쟁을 거쳐 마침내 환율전쟁에까지 이르렀다. 환율전쟁은 환율과 금융정책을 통해 중국 경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2년간 일본 엔화는 65.7% 절상되었다. 미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려는 일본의 기세는 중단되었고 그 결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위기는 분명히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을 받았지만 미국은 현재 독야청청이다. 파생상품의 전 세계적 판매와 양적완화, 그리고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힘이다. 전 세계 누구도 감히 대적하지 못한다. 그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드디어 중국에 빼어들었다.

미국이라는 패권국과 중국이라는 도전국. 커다란(Big)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환율전쟁으로도 이 함정의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역사가 가르치는, 단 하나의 해법밖에 남지 않는다. 총과 칼이 아닌 미사일이 오가는 전쟁이 그것이다. 16번의 사례 중 12번이 그렇게 끝났다. 소름끼치지만 남중국해, 대만 그리고 한반도가 그 전쟁의 대상이다.


일본은 최근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허가했다. 한국 반도체 제조의 급소를 가격하는 무역보복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어떤 해석을 하더라도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와는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는 한국을 견제하거나 주저앉히는 것. 일본이라는 패권국과 한국이라는 도전국, 그러니 작은(small)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눈을 뜨고 보니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모든 경제정치 구조가 변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북한마저 더한다면 그 흐름은 설상가상, 혹은 금상첨화가 될 수도 있다. 하늘을 쳐다 본다. 우선 어떤 경우라도 이 한반도가 미사일이 오가는 빅 투키디데스 함정의 해결 장(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북한과 미국의 실무 핵협상 진전을 살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앞으로 늘어날(?) 주한미군 주둔비를 대기 위해서라는 변명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그 협력을 시초로 북한과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과 같은 외부의 트집에 휘청거리지 않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안다. 북한이 얼마나 미운 짓을 많이 하는가를. 하지만 그 미운 짓은 역설적으로 자기 못남의 표현이다. 그리고 일본과 북한의 수교를 도와야 한다. 일본이 북한과 체결하는 배상(보상이 아니다) 협정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강점에 대한 불법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한국과의 관계에도 준용하도록 해야 한다.

스몰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빅 원과는 달리 오래 끌 필요가 없다. 일본과 아베 신조를 분리하고, 조금 손해를 감수하면서, 지금 계획하고 있는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밀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정작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다.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지 말아야 한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손을 내밀면 손을 잡아야 하지만, 물을 끼얹으면 우리도 물을 뿌릴 각오를 해야 한다.


74주년의 광복절. 아직 우리 역사의 광복은 오지 않았다. 진부한 말이지만 역사가 그 문을 열 때 그 문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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