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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술핵 재배치 주장,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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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ㆍ미 정상회담, 그리고 지난 6월30일 남ㆍ북ㆍ미 정상 간 '판문점회동'이 있었음에도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은 보란 듯이 단거리 발사체를 연이어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하며 한국과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시험발사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18개월여 만인 지난 4월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일곱 차례에 이른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함께 최근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야기된 한일 갈등은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달 24일로 3년 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지속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뢰가 결여된 일본을 상대로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 인식을 담고 있다. 한ㆍ미ㆍ일 3각 안보협력체제는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3일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데 이어 지난 8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다시 무단 진입했다. 올해 들어 KADIZ에 진입한 군용기는 중국이 25차례, 러시아가 13차례다. 미국은 방한한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의 표현대로 '철통 같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호르무즈해협 파병, 신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일 갈등 속에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문제가 간단치 않다. 한편 중국은 지난 5일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할 경우 자신이 지른 불에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고 원색적 위협마저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냉정한 판단과 선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핵무장론'이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 나아가 독자적 핵개발 등 다양한 차원에서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전술핵의 필요성을 논의한 미 국방대(NDU)의 보고서다. 이 문건이 마치 미 연방기관의 입장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당 보고서는 미 국방부 산하 교육기관인 국방대학교가 7월25일 발행한 계간지(JFQ 94호)에 게재된 6장 분량의 논문('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 태세 검토보고서')으로, 네 명의 현역 소령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논의의 수준과 깊이를 떠나 이를 유력한 싱크탱크의 전문적 분석과 공식적 견해처럼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개발 등 핵무장 주장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현가능성도 거의 없는 공허한 구상에 가깝다. 무엇보다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라는 지금까지의 주장이 명분을 잃게 된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시켜주는 결과로 작용할 뿐이다. 우리가 핵무장을 주장하는 순간 동북아에서 일어날 핵 경쟁 도미노 현상, 핵확산방지정책을 기조로 하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국제사회의 고립, 막강한 핵전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이른바 '핵우산'을 핵심으로 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의 문제, 그리고 한미동맹의 훼손 등 향후 일어날 사태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설혹 전술핵을 배치한다고 해서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확장억제와 핵우산의 틀 안에서 유사시 괌 미군기지에 있는 전술핵을 사용하면 된다. 전폭기로 2시간이면 평양상공에 도달하는데 굳이 물의만 일으키는 전술핵을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


작금의 한반도는 냉전과 분단체제를 종식하려는 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 개발 논의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핵무장이 신냉전체제를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고, 그 피해와 고통은 부메랑처럼 오롯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요컨대 핵무장론이 한반도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병욱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ㆍ안보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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