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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말 정상외교, 편히 지켜볼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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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국제부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 개막하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오모테나시'를 유독 강조하며, 이를 영어로 'hospitality(환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모테나시'는 그냥 환대가 아니라 일본 문화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는 '극진한' 환대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이면서도 2008년 미국 워싱턴DC에서의 첫 회의 때부터 한 번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지 못했던 일본이다 보니 이번 행사에 쏟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대외적으로 일본의 정치ㆍ경제적 위상을 과시하고 내부적으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 극진한 정성을 쏟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가 자유무역과 글로벌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자신감은 회의 직전부터 빛을 잃은 분위기다. 지금 전 세계는 자유무역이나 글로벌 경제 성장은 고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주의, 자국이익 우선의 보호무역주의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 역시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미 시작 전부터 미국의 반대에 막혀 '반(反)보호무역주의' 성명을 내놓지 못하고 '자유무역 촉진'이라는 어정쩡한 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후 2년째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한다'는 문구가 사라진 셈이다.

1박2일간 열릴 이번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G2 정상회의의 확장판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첨예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ㆍ중 정상의 담판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탓이다. 이 와중에 미국은 미국대로 각국 정상에 대중(對中) 압박과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것은 명약관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힘을 앞세운 미국의 공세에 맞설 우군을 찾아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늘 오후 오사카로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각국 정상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이를 둘러싼 미ㆍ중의 입장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치를 '오사카 목장의 결투'에 모든 이슈가 가려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눈과 귀는 자연스럽게 G20 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시작되는 1박2일간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더 쏠릴 수밖에 없다. 비록 실질적으로는 24시간 남짓한 짧은 방문이지만 북핵 협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지도 모를 중요한 시점인 데다 비무장지대(DMZ) 방문까지 예정돼 있다니 온전히 북한 비핵화 이슈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손님을 초대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우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외교를 계기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복원될 희망의 끈을 잡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의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정상 외교 행보에서 나타났듯 예기치 못한 청구서나 덥석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다. 일본은 이미 G20 정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운송을 위한 자국 선박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라는 청구서를 받아든 상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행 직전에는 "미국이 공격당할 때 일본은 TV나 지켜보면 된다"며 '불평등한' 미ㆍ일 안보조약을 뜯어고치겠다고 별렀으니 손님 맞이에 여념이 없던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우리도 안심 못할 상황이다. 이미 미국은 합의한 지 몇 달 지나지도 않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릴 태세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향해서도 중동 원유 수송로의 안전 비용 부담을 지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혹시나 그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예상 못한 청구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지우기 힘들다. 편안한 마음으로 주말 한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굳은 장맛비 와중에 잠시 걷힌 하늘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치듯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기대를 미리 접고 싶지는 않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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