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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포클랜드 또는 말비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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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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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칼레 보아스는 에게 해와 마르마라 해를 잇는 터키의 해협이다. 흔히 다르다넬스 해협이라고 부른다. 보스포루스와 더불어 터키를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눈다. 다르다넬스가 차나칼레라면 갈리폴리는 겔리볼루여야 한다. 겔리볼루 야르마다스는 터키의 유럽 지역과 동부 트라키아에 있는 반도이다. 서쪽에 에게 해, 동쪽에 차나칼레 보아스가 있다. 역사는 언제나 침략자가 차나칼레 보아스를 건넜음을 보여준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1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영국의 해군장관 윈스턴 처칠은 이곳에 군대를 보냈다. 지중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물길을 장악해 독일과 오스만 동맹을 분리하고 동맹국인 러시아와 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투는 처칠이 상상한 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영국-프랑스 연합군은 1915년 2월19일과 25일, 3월25일에 포화를 퍼부었으나 오스만 포병의 반격으로 전함 세 척을 잃었고 세 척은 대파됐다. 처칠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1982년 오늘, 대서양 남서쪽에 있는 섬에서 두 달 넘게 계속된 전쟁이 끝났다. 섬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두 나라의 충돌이었다. 마젤란 해협에서 동쪽으로 760㎞ 떨어진 이 섬을 영국인들은 포클랜드제도, 아르헨티나인들은 말비나스제도라고 불렀다. 아르헨티나는 1826년 섬의 영유권이 아르헨티나에 있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영국은 1833년 이래 섬을 군사력으로 점유하고 있다.


4월2일에 아르헨티나 육군 4000명이 영국군 100여명이 지키던 이 섬에 상륙했다.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 정권이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선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심한 인플레이션과 실업 때문에 고조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반독재 인사들에 대한 감금과 고문 등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 보려는 의도가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영국의 의지를 오판했다는 시각도 있다. 경제난을 겪는 영국이 1만㎞ 이상 떨어진 작은 섬에 대한 점유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할 여력은 없으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거릿 대처 총리는 즉각 무력 대응을 결정하고 항공모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을 동원해 전면전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국제 여론을 영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4월26일 첫 교전을 한 전쟁은 6월14일 아르헨티나군의 항복으로 막을 내렸다. 전쟁에서 이긴 영국인들의 긍지는 하늘을 찔렀다. 경제 불황이나 실업과 같은 국내 문제는 여론을 악화시키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침공에 굴하지 않고 군대를 파견해 승리를 거둔 '철의 여인' 대처 총리는 1983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반면 패전국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부는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물론 전쟁은 누가 더 도덕적인가를 따지는 경연이 아니다. 무력에 의한 해결방식이며 폭력에 의한 호소이다. 제국주의와 야만의 시대를 함축한다. 수많은 현대의 제국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 아래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시민의 피로 호수를 채웠다. 인류 역사상 도덕적인 침략자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렇기에 더욱 전쟁은 도덕을 요구받는다. 자신의 언어로 산과 호수와 바다와 섬의 이름을 지을 권리는 도덕의 편에 있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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