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현장은 지옥과 같았다. 시민들은 '살려달라' 절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 언어'는 관심의 대상이다. 그가 선택하는 단어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녹아 있다.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민생투쟁대장정'을 끝낸 소회를 올렸을 때도 정치적인 메시지보다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황 대표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서울 양천구 목동 '기독교 한국침례회 성일교회' 전도사다.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 수도침례신학교(현 침례신학대학교) 야간 과정을 밟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사법연수원 학습량을 고려할 때 신학대 과정을 병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다.
검사 시절 황 대표는 '기독 신우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복음화에 힘을 쏟았다. 검사 생활의 경험을 살려 '교회와 법 이야기' 등 종교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황 대표는 매일 새벽 2~3시에 기상하는데 이것도 신앙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새벽 기도를 다니던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항상 그 시간이면 일어난다. 하루 일과도 기도와 함께 시작한다.
황 대표는 한국 침례교를 이끄는 기독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와 가까운 관계다. 황 대표와 김 목사는 지난 3월19일 한국당 조찬기도회에 나란히 앉으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정치인에게 종교는 확실한 표밭이다. 교회 장로 출신인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여유 있게 승리한 배경이다. 이른바 '기독교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계의 바람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의미에서 황 대표의 종교는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이미 '황교안 띄우기'에 돌입했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뚜렷한 종교 색채가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의 리더는 분명한 정치 메시지를 통해 색깔을 드러내야 하는데 '선악(善惡)의 언어'가 더 큰 관심을 받는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황 대표 자신도 모르게 종교 색채를 띤 단어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의식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평생 몸에 밴 언어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겠는가.
류정민 정치부 기자 jmryu@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