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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규제 샌드박스,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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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로 인해 불법의 오명을 쓰고 세상에 선보이지 못하는 혁신적 신기술ㆍ신산업을 위해 법 개정 없이도 신속하게 규제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가 지난달 25일로 시행 100일을 넘어섰다. 100일 동안 26건의 승인이 완료됐고, 최근까지 10여건의 실증특례 및 임시허가가 추가로 승인됐다. 정부는 100일을 맞아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고 더욱 속도를 높일 방안과 계획을 발표했다.


시행 초기임을 감안하면 '규제 샌드박스'는 외견상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 심의 과정과 결과를 들여다보면 벌써부터 걱정과 우려가 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승인된 결과에서도 지나치게 까다롭게 조건을 부과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신청된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있으면 안전성이 불확실한 경우 제한된 조건에서 안전성을 입증해 볼 수 있는 실증특례를 부여하고, 규제가 불합리하거나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에는 임시허가를 통해 시장에 바로 선보일 수 있는 것이 현 제도의 틀이다. 그러나 승인된 제품과 서비스에서 혹시라도 문제가 일어날까 지나치게 염려한 나머지, 실증특례로 승인을 해주는 경우가 많고 승인을 받아도 제약이 너무 심한 것이다.


예를 들어 2륜자동차에 디지털 광고가 가능한 배달통의 경우 한차례 승인이 보류되는 우여곡절 끝에 실증특례가 부여됐는데,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100대에 한해 허용해 줬다. 이 업체는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이미 20여억원의 비용을 들인 상황인데, 벌써부터 금융기관에서 사업성이 없어 보이니 자금을 회수해야겠다는 연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6개월 후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확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수십만 대의 배달통시장을 바라보고 사업을 구상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통과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또한 처리의 속도도 걱정이다. 최초 접수 시 규제가 있는지 확인해 주는 '신속확인'만 30일의 기한이 있을 뿐 언제까지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기한이 없다. 신청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서 지난 2월에 사전 심의까지 마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의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4월에 시행되는 금융혁신특별법상의 '규제 샌드박스'로 심의하겠다고 논의를 중단시킨 후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식을 알 수가 없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 전 사전 접수를 통해 100개가 넘는 안건이 신청되었지만 한 달에 9건씩만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부처가 끝까지 반대하는 경우다. 최근 과기정통부의 심의위원회에서는 2개의 안건을 승인하지 못하고 보류시켰다. 이미 사전심의에서 승인을 전제로 검토를 마쳤고, 본 심의에서 대다수 민간 심의위원들이 '규제 샌드박스' 사례로 꼭 통과시켜야 하는 내용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결국 국토교통부 등 규제부처와의 추가 논의를 통해 다시 상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같은 경로의 택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승할 수 있는 앱 서비스와 공항 등 광역 간 이동에서 대형택시와 렌터카를 활용해 택시기사 및 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제한된 범위에서 실증특례를 부여하자는 방안조차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택시합승을 전면 허용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이다. 재심의 과정에서도 규제부처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현재와 같은 합의기반의 심의방식은 '규제 샌드박스'를 형해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외에도 중요하고 어려운 안건들을 다루기 힘든 문제, 승인된 내용에 대한 제도개선에 걸리는 시간의 문제 등 여러 난관들이 산재해 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신속성'을 골자로 하는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진정성'을 더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규제 샌드박스'는 스타트업과 혁신 산업의 기대 속에서 출발한 만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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