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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연금과 세금 그리고 죽음의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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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의 역할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이나 국방과 같은 소극적 기능에 국한되었던 '야경국가'에서 인간다운 삶을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복지국가'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과 사회보장기본법도 이를 뒷받침한다.

복지국가의 핵심은 (공적)연금이다. 연금은 노후생활의 안정을 보장한다. 개인이 준비할 수도 있지만 경제공황이나 대량실업, 전쟁 등 개인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수두룩하다. 이를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야경국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낡은 사고다. 일제 식민지배와 6ㆍ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헌신한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노후비용 일부를 젊은 세대가 부담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금은 내가 부담한 것보다 더 많이 받는다. 원래 이렇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연금은 고갈될 수 있다. 그 시점이 2050년이냐 2060년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연금파산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여차하면 세금으로 보전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것은 세금이고, 이를 통해 국가재정건전성이 유지된다. 감세정책은 국가재정건전성에 역행해서 위험한 것이다. 올해 초과세입으로 적자국채 4조원을 조기상환하는 결정은 백번 잘한 일이다.

세금도 연금처럼 대가성이 있다. 내가 낸 세금 중 3분의 1 정도는 복지예산으로 편성되어 바로 되돌려 받는다. 육아수당 등이 대표적 예이다. 나머지는 교육이나 치안 등 간접적 방법으로 돌려받는다. 세금을 국가에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연금과 세금의 여정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난다. 당사자는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연금과 세금의 권리나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연금은 배우자에게 그 혜택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죽음보다 더 생명력이 길다. 죽은 뒤에도 상속세 등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세금은 죽음보다 더 끈질긴지도 모르겠다.
18세기를 살았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이다(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야경국가 시절의 얘기다. 지금은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 연금이다.

한편 국가도 죽음이라는 '수능의 문'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에 휴대폰을 못 들고 들어가듯, 저 세상으로는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법. 국민이 생전에 미리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방법을 찾아 주어야 한다.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의 답은 종교의 몫이다. 그러나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답은 사람 공동체 몫이고 국가도 제시할 수 있다.

열심히 사업하게 도와주고 성실하게 납세하도록 유인하며, 모범납세자를 진심으로 우대하고, 이들의 기부를 유도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공적연금 제도가 다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은 기부자들의 착한 의지를 통해 보완할 필요도 있다. 재벌기업의 기부는 어느 정도 있지만 외국과 달리 재벌개인의 기부는 그렇지 못한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인간들의 삼각관계는 그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금과 세금 그리고 죽음의 삼각관계는 잘만 운영하면 모두 행복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의 연금과 세제개혁안이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고 결론이 나길 고대한다. 죽음은 빼고.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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