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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전쟁이 낳은 괴물, 고다이라 요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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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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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한 여자(戰爭と一人の女)'는 일본 감독 이노우에 준이치가 만든 영화다. 에구치 노리코와 나가세 마사토시가 주연해 2013년 8월 15일에 개봉하였다. 원작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가 같은 제목으로 쓴 소설이다. 영화를 소개한 글이 있다.

"전쟁 중 절망과 허무함 속에 허덕이는 알코올중독 작가와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매춘부, 여기에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살인과 강간으로 여성을 유린하는 귀환 병사, 이들을 통해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하고 망가뜨려 놓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극 중 일본에서는 다루기 힘든 일본의 전쟁 책임론과 천황비판에 대한 통렬하고 직접적인 묘사는 일본 영화계는 물론 사회, 문화, 정치의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은 패망 직전의 일본이다. 미군의 폭격이 거듭되고 인간의 거처는 무너지며 거리에는 시체가 쌓여간다. 이 삭막한 공간을 두 시선이 더듬어 나간다. 몸을 파는 여자와 전쟁에서 한 팔을 잃은 남자.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와 방법으로 성에 집착한다. 여자는 살아있으며 사랑받을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남자는 보상 심리와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영화는 남녀의 성에 대한 천착에서 전범국가 일본에 대한 반성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호전적인 일본 정치판과 극우주의자들에게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전쟁 중에 가장 약한 존재는 여성과 아이들이다. 여자는 미군에게 몸을 판다. 그리고 다짐한다. 미군이 승리하면 '반드시 혼혈아를 낳겠다'고. 전쟁이 끝나고 새 질서가 자리 잡는 중에도 여성은 여전히 약한 존재다.

영화에서 강간과 살인을 일삼는 악마, 한 팔을 잃은 병사는 고다이라 요시오(小平義雄)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전쟁이 낳은 괴물로, 1923년 6월에 해군에 입대해 중국 침략 전쟁에 참가했다. 여성을 수없이 강간ㆍ살해하고 임신부 배에 칼을 찔러넣은 범죄자다. 1924년 5월에 기관 병장으로 퇴역한 그는 희대의 살인귀가 되어 최소한 일곱 차례 여성을 강간ㆍ살해했다.
고다이라는 체포되어 조사를 받을 때 "전쟁 때 나보다 끔찍한 일을 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평화로운 때에 나만큼 심한 짓을 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소리친다. "천황 폐하의 명령으로 살인ㆍ강도ㆍ강간을 했다. 도조 히데키는 A급 전범이 됐는데 어째서 천황은 전범이 아니냐." 그는 1948년 11월 16일 사형선고를 받았다. 사형은 이듬해 10월 5일 미야기 교도소에서 집행되었다.

이노우에 감독은 영화가 개봉된 해에 우리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쟁과 강간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범죄다. 영화를 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떠오를 수 있다. '기억나지 않는다. 증거가 없다'며 발뺌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쓴 아라이 하루히코도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진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렇게 정신이 맑은 사람은 일본에 많지 않고, 그나마 목소리가 날로 잦아드는 듯하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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