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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화물연대 파업 폭력적 행위는 정당성 못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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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대처 성공하면 강경 대응 확신될 것

[아시아경제 김민진 정치사회부문 조사팀 콘텐츠매니저] 노조파업을 취재하기 위해 일주일 울산에 머문 적이 있다. 타사 기자들과 노조 사무국장, 홍보 책임자를 만났다. 파업 상황과 당위성을 설명하고나서 "(취재한다고) 함부로 공장을 돌아다니지 마시라. 자칫 다칠 수도 있는데 책임질 수 없다"고 신신당부하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방문 목적과 신분이 분명했고, 회사의 양해도 구했다. 그런데 그 지역에, 공장 안에 치외법권이라도 존재한단 말인가. 그들은 전쟁 중이었고, 그들이 정해놓은 전선을 넘어오면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으로 들렸다. 회사도 신변 안전을 이유로 개별 취재를 만류했다. ‘귀족노조’라 불리는 일부의 행태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하는 이들까지 싸잡아 비난의 대상이 되게 하는 사례를 자주 목도한다.

세월 지나도 폭력 방식 계속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흘 차였던 지난달 26일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이 날아오는 사고가 있었다. 차량 전면 유리창이 깨지고 유리 파편에 운전자가 다쳤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진 게 없었다.

달리는 트레일러에 날아든 쇠구슬. 25t 트레일러는 화물차량 무게 만큼의 짐을 싣는다. 주행하던 트레일러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갑자기 방향을 튼다면 도로 위의 흉기가 된다. 운전자 자신의 생명은 물론 주변 차량에까지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한 화물연대 간부는 현장에 복귀한 화물차주들에게 “파업이 끝난 뒤 꼭 응징하겠다”는 보복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동료들에게 “오늘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라는 저주 섞인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합법적인 파업이 권리라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 또한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목적을 위해선 동료도 적으로 삼는다. 파업때 공장에서는 자칫 휴대전화를 꺼내기만 해도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이 말을 하던 관계자는 둘 만 있던 공간에서도 귓속말을 하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은 상관없는가. 하물며 이번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고,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파업 본질은 잊혀지고 대립만 남아

폭력적 수단은 본질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문제도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편에선 일부 일탈적인 폭력적 수단과 흠집 난 도덕성을 붙잡고 활용한다.

처우 개선이 표면적인 파업의 이유다. 최저임금제와 같은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영구운영하고, 품목도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서 다른 품목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구였다. 화주(기업)들은 이미 줄만큼 충분히 주고 있다며 반대하고, 화물기사들은 과로, 과속, 과적의 위험 속에서 일할 수 없다며 생존권을 주장하고 있다.

오늘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15일째다. 파업 이유는 잊혀지고 강 대 강 대치는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정부의 강경 대응에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 공사를 멈춘 현장도 많다.

정부는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 덕인지 각종 참사로 바닥을 기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선까지 올라왔다. 정권 초반 파업 대처의 성공 경험은 정부와 여권에 확신을 줄 것이다.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에 앞서 다른 방법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돈, 기득권, 정치까지 얽혀있는 문제다. 거기엔 계급과 계층,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경제투쟁인지, 정치투쟁인지 파업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은 남지 않고, 폭력적 장면과 해소될 것 같지 않은 갈등만 남고 있다.




김민진 정치사회부문 조사팀 콘텐츠매니저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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