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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나빌레라-비상하라, 꽃보다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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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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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리얼 버라이어티 ‘꽃보다 할배’(2013)는 여러 모로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었다. 여행 예능 붐을 불러왔고 현재 방송가의 주류가 된 ‘관찰예능’ 형식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가장 의미 있는 성취는 노년 세대에 대한 혁신적인 시선이었다. 노년을 ‘어르신’이라는 호칭으로 획일화하고 ‘노약자 지정석’에 격리하다시피 한 기존 미디어와 달리 ‘꽃보다 할배’는 배우고 도전하는 존재로서 노년을 그려냈다.


‘꽃보다 할배’ 이후 수년. 노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노년을 능동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가 하면 청춘들의 전유물이었던 영역에서 크리에이터 박막례, 시니어 모델 김필두 같은 ‘신노년’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방송계에서도 달라진 노년의 초상을 잇따라 담아냈다. 미션으로 습득한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년 이야기 ‘나이야가라’(춘천MBC), 싱글의 황혼들을 조명한 ‘아모르파티’(tvN), 시 쓰는 노년 여성들을 그린 영화 ‘칠곡가시나들’의 예능판 ‘가시나들’(MBC), 시니어 모델 오디션 ‘오래 살고 볼 일’(MBN) 등 다양한 노년의 삶을 그린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하지만 드라마계의 변화는 여전히 더뎠다. ‘디어 마이 프렌즈’(JTBC)나 ‘눈이 부시게’(JTBC)처럼 노년이 극을 주도해가는 혁명적인 작품은 종종 등장했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노년은 대개 주변인에 머물렀다. 이런 한계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에서 현실 인구 대비 가장 과소하게 재현되는 연령대가 노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꽃보다 할배’의 드라마 버전이랄 만한 작품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나빌레라’가 바로 그것이다. 다음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은퇴한 우편집배원 심덕출(박인환)의 이야기다. 평생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았던 덕출은 은퇴 뒤에야 남몰래 접어뒀던 오랜 꿈을 꺼내든다. 그 꿈은 한 번이라도 무대에서 ‘날아오르고 싶은’ 무용수의 욕망이다.

발레리노 지망생인 70대 남성이라니…. 덕출의 꿈에 대한 반응은 대개 냉소적이다. 사랑하는 가족마저도 덕출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노년에 대한 공고한 편견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나빌레라’가 인상적인 것은 노년의 꿈을 청년의 꿈과 다를 바 없이 진지하고 본격적인 도전기로 그린다는 데 있다. 보통 드라마에서 황혼기의 꿈은 노후의 취미나 더 늦기 전 시도하는 ‘버킷리스트’ 정도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덕출의 꿈은 다르다. 그에게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의 발레 도전은 남들보다 ‘조금 늦었을 뿐’ 실제 예비 무용수와 똑같은 과정을 밟는다.


이런 묘사야말로 ‘나빌레라’의 가장 획기적인 성취다. 노년은 그저 ‘여생’을 누리는 존재가 아니라 끝까지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살아가며 성장하는 존재다. 이 당연한 진리가 너무 오랫동안 편견에 가려져 있었다. ‘꽃보다 할배’가 노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면 ‘나빌레라’는 그 폭을 더 넓힌 작품으로 기록될 듯하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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