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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엔니오 모리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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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미션' 등 천상의 선율 남기고 타계

고마워요! 엔니오 모리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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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토르나토레(64) 감독의 '시네마천국(1988)'은 어린 토토(살바토레 카시오)와 늙은 영사기사 알프레도(필립 누아레)의 평생에 걸친 우정을 그린 영화다. 동명의 주제곡으로도 유명하다. 오스티나토(일정한 음형을 같은 성부에서 같은 높이로 반복하는 기법) 음향을 사용한 서정적인 음악이다. 토토가 등장하는 중요한 여섯 장면에 모두 삽입됐다. 반복되는 흐름으로 각기 다른 시퀀스를 연결하며 드라마의 숨겨진 의미를 끌어낸다. 각 장면마다 주선율 악기와 음색을 달리해 이야기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한다. 토르나토레 감독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열여섯 곡이 완성되는 순간 '시네마천국'도 비로소 완성됐다"며 고마워했다.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모리코네가 92세를 일기로 지난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6일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모리코네는 최근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받다 전날 밤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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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태생인 모리코네는 400편 이상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거장이다. 아홉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들어가 유명 작곡가 고프레도 페트라시(1904~2003)로부터 트럼펫 연주, 작곡, 합창곡 지휘 등을 배웠다. 그는 순수음악에 열정을 보였으나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라디오ㆍTV 음악을 편곡했다. 영화에 손을 뻗친 것도 그 무렵이다. 처음 맡은 작품은 루치아노 살체(1922~1989) 감독의 '일 페데달로(1961).' 클래식을 전공한 자존심 때문에 레오 니콜스, 댄 사비오 같은 가명으로 활동했다.


모리코네는 세르조 레오네(1929~1989) 감독과 작업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첫 합작품은 할리우드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명한 이탈리아판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1964)'다. 기존 서부극의 형식을 철저히 파괴하고 냉혹한 논리를 담아냈다. 모리코네의 음악도 파격적이었다. 차임, 하모니카 등으로 연주된 단순한 멜로디를 주축으로 탄탄한 베이스를 구축해 유려한 선율을 그려냈다. 장면과 음악의 일치를 한층 구체화해 영상에 강렬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특히 조(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올 때마다 흘러나오는 휘파람 섞인 곡은 서부영화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두 사람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 '석양의 갱들(197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서도 놀라운 호흡을 보여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과 버나드 허만(1911~1975) 콤비에 비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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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코네는 1980년대부터 종교ㆍ사랑ㆍ휴머니즘 같은 주제에 어울리는 진중한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차분한 오케스트레이션 선율을 만들어 아름다움과 서정성을 짙게 표현했다. 대표작으로는 테렌스 맬릭(77) 감독의 '천국의 나날(1978)', 롤랑 조페(75) 감독의 '미션(1984)', 볼프강 피터젠(79) 감독의 '사선에서(1993)', 배리 레빈슨(78) 감독의 '폭로(1994)', 글렌 고든 카슨(66) 감독의 '러브 어페어(1994)' 등이 손꼽힌다. 정작 그는 가장 애착 가는 작품으로 영화인들에게도 생소한 '어 콰이어트 플레이스 인 더 컨츄리(1968)'를 꼽았다.

모리코네의 음악이 실린 앨범은 세계적으로 5000만 장 이상 팔렸다. 그는 혁신적인 시도로 영화음악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아 2007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은 9년 뒤인 2016년 '헤이트풀8(2015)'으로 처음 받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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