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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접전/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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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있어 쥐덫이 있다 쥐덫이 있어 쥐덫을 놓는 그가 있다 잡히지 않는 쥐 때문에 쥐덫은 늘 비어 있다 비어 있는 쥐덫이 있어 언젠가 잡힐지도 모른다고 믿는 그가 있고 그렇게 믿는 그가 있어 비어 있는 덫이 늘 다행인 내가 있다


잡힌 쥐를 내 손으로 처리할 수 없는 나는 그를 부를 것이다 그를 부르기 전에 가진 것을 지키겠다는 서로의 덫에 걸리지 않길 바랐다 쥐덫은 쥐를 잡지 않는다 쥐가 다닐 만한 길목을 아는 그의 경험이 알면서도 빠져드는 유혹이 쥐를 잡는다

잡히지도 않는데 치워 버립시다 갉아 놓은 세숫비누와 떨어뜨린 생선 토막과 곡식 자루에 생긴 또 다른 구멍이 있어 묵살된 청이 있다 그래서 덫을 놓는 쥐가 있고 보란 듯 비어 있어 비어 있으니 됐다고 믿는 내가 있고 우릴 갖고 노는 쥐가 있다


[오후 한 詩]접전/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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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인과관계가 뒤죽박죽이다. '쥐가 있기 때문에 쥐덫이 있다'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는 인정할 만하다. 그렇지만 '쥐덫이 있기 때문에 쥐덫을 놓는 그가 있다'는 원인과 결과가 거꾸로 맺어져 있다. 다음 문장도 생각해 보면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그다음 문장도 역시 그렇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삐딱하거나 역전된 인과관계들이 우리의 의심과는 아랑곳없이 진행되면서 어떤 새로운 진실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쥐를 잡는 것은 쥐덫이 아니라 "경험"이나 "유혹"이고, 우리가 덫을 놓도록 "덫을 놓는" 것은 사실 쥐라는 사실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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