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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베트남은 지금②]"한국어 잘하면 월급 두 배...이제 문화 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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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전파하는 세종학당 "대중문화, 한복, 전통혼례, 케이푸드...현지 관심 뜨거워"
대학 졸업예정자·취업 준비생에 한국어 교육 중점...출판 사업까지 계획

[한류, 베트남은 지금②]"한국어 잘하면 월급 두 배...이제 문화 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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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시내를 걷다보면 한국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발음은 어눌해도 무슨 뜻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나 호치민경제대학교, 홍방국제대학교 같은 대학가에서는 유창한 언변으로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승리에게 실망했어요. 엄벌로 다스리고 있나요?" "'김학의 사건'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죠?" 한국 문화는 물론 사회 소식까지 꿰뚫고 있다.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기업들이 하나둘 진출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어는 시류에 편승해 현지 학생들이 영어 다음으로 많은 찾는 외국어가 됐다.


베트남은 한국만큼 교육열이 뜨겁다. 월급 1000만동(약 50만원)에서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지출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어학원의 수요는 그다지 높지 않다. 수강료가 비싼 편이라서 주로 회사원이나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이 다닌다. 금전적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세종학당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한국어과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비교적 저렴한 수강료(1학기 200만동)를 내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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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는 중국(33곳)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세종학당(15곳)이 있다.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이 총괄 지원한다. 정종권 소장은 "한국어가 일본어와 중국어의 인기를 넘어선지 5년 정도 됐다"며 "중고등학생들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많이 선택한다"고 했다. "세종학당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데도 전공 과목 수업을 듣는 것처럼 열중한다. 석 달 과정을 한 달 안에 끝내달라는 요청이 빗발칠 정도"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확산의 비결은 케이팝도, 박항서 축구감독도 아니다. 한국 기업에 취직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다. 정 소장은 "호치민의 경우 영어를 하면 월급으로 1000만동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어를 함께 하면 2000만동(약 100만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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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공부하다보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종학당 재학생 대다수가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에 열광한다. 세종학당은 수요를 반영해 2017년 중국 항저우 세종학당을 시작으로 세종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대중문화는 물론 한복, 전통혼례, 케이푸드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는 지난달 4일부터 이달 7일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박춘화 서울시무형문화재 침선장 이수자, 강선정 화엄사 성보박물관 복식전문학예사, 김민성 리얼케이팝댄스 대표, 고경아 DS엔터테인먼트 댄스 트레이너 등이다. 정 소장은 "호치민은 한국문화원과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보다 한류 행사가 적은 편"이라며 "한국문화원과 같은 역할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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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은 지난 1일과 2일 호지민재정경제대학에서 롯데컬처웍스와 함께 '해피앤딩 영화제작교실'도 열었다. 영화제작 과정과 촬영 장비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수업이다. 콘티 작성은 물론 연기, 촬영, 편집까지 1대1 맞춤식으로 교육한다. 강의를 이끈 김태엽 감독은 학생들 속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품평회에서는 재치 넘치는 평가로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호러영화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호어이는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막상 큰 화면으로 보니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연기가 이상해서 부끄럽다"고 했다. 멜로영화를 촬영한 프엉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박력 넘치게 껴안아서 놀랐다.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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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학생들이 해피앤딩 영화제작교실을 단순한 수업이 아닌 새로운 문화 향유의 출발로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를 제작한 친구들끼리 동아리나 모임을 결성해 다른 영화 제작을 준비한다"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전파해 한국문화가 선순환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했다.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은 현지인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학생들과 꾸준히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한다. 정 소장은 "최근 학생들이 케이팝과 댄스 경연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세종학당을 넘어 호치민의 행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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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은 다른 행정기관과의 협업도 꾸준히 전개한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소한 호치민 IT지원센터의 '코리아 아이티 스쿨(Korea IT School)'이 대표적이다. 현지에서 전문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을 양성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국 기업에 관심있는 현지 대학 졸업예정자나 취업 준비생은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한국말을 공부해야 한다. 정 소장은 "한국어는 물론 한국의 기업문화까지 알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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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한국어 교재 수급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서적의 검열이 심한 나라로 유명하다. 심사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반송되는 경우도 흔해서 배달에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물류운송비 등이 추가돼 한 권당 20만동(약 1만원)에 판매한다. 정 소장은 교재의 월활한 수급과 가격 인하를 위해 다음달 현지에서 출판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지 최대 서적 유통 및 출판 업체인 퍼스트뉴스와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있지만, 좋은 의도를 이해할 거라고 기대한다. 협상이 정리되면 수강생들이 한국어 교재를 8만동(약 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 영역이 넓어진 만큼 한국의 좋은 서적들을 번역해 베트남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우리 문학이 한류의 중심에 선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다"고 했다.




호치민=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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