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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에세이’를 탄생시킨 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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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최고의 교양인이자 사상가, 철학자인 미셸 드 몽테뉴가 서른여덟 살에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몽테뉴 성 서재에 칩거해 죽기 전까지 써 나간 필생의 작품이다. 1571년 법관직을 사직한 뒤 몽테뉴 성으로 은퇴한 몽테뉴는 1592년 죽을 때까지 이십여 년간 107편의 짧고 긴 에세들을 집필했으며, 글쓰기를 시작한 지 칠 년째 되던 해에 그간에 쓴 글들을 묶어 ‘에세(Les Essais, 에세들)’라는 제목으로 초판을 출간했다. 에세(essai)는 ‘시험하다’, ‘경험하다’, ‘처음 해 보다’ 등을 뜻하는 동사 ‘에세이예(essayer)’에서 몽테뉴가 만들어 낸 명사로, 이 특별한 글쓰기 형식인 에세에서 영어로 통용되는 글쓰기 형식인 ‘에세이’가 탄생했다. 불문학자인 심민화, 최권행 역자가 10년의 번역 기간과 5년의 검수를 거쳐 15년 만에 이뤄 낸 결실이다.

[책 한 모금] ‘에세이’를 탄생시킨 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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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장식들이 나를 뒤덮고 나를 가리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의도와는 반대이니, 나는 오직 나의 것만을, 그리고 원래 내 것인 것만을 보여 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만약 내가 충분한 자신감만 있었더라면 모든 것을 운에 맡기고 오직 내 목소리로만 이야기했을 것이다.”(『에세 3』 12장)

“수많은 인용들에서 어떤 것을 훔쳐다 변장, 변형시켜 쓸 수 있으니 나는 아주 편하다. 원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는 평을 들을 것을 무릅쓰고, 나는 그것들이 완전히 겉도는 남의 글이 되지 않도록 내 손으로 어떤 특별한 방향성을 부여한다.”(『에세 3』 12장)


“제 운명이 자기를 어디로 데려가든 편안하고, 자기 집 짓는 일이나 사냥, 송사에 대해 제 이웃과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며, 목수나 정원사와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는 영혼 말이다. 자기 시종 중 가장 미천한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대하고, 자기 집 하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나는 부럽다.”(『에세 3』 3장)


“우리는 모두 조각들로 이루어진 데다 어찌나 종잡을 수 없는 복잡다기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조각들 하나하나가 매 순간 제멋대로 논다.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에는 우리와 남 사이만큼의 차이가 있다.”(『에세 2』 1장)

“다른 사람의 삶을 판단할 때 나는 항상 그 마지막이 어땠는지를 고려한다. 그리고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주요한 관심 중 하나는 그 마지막이 잘 이루어지는 것, 즉 고요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다.”(『에세 1』 19장)


미셸 드 몽테뉴 지음 | 심민화·최권행 옮김 | 민음사 | 1988쪽 | 6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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