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하청 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분리 기준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급 단체 소속 여부까지 포함한 25개 세부 기준은 원·하청 노조의 이합집산을 초래할 수 있고, 실질적 지배력을 지방노동위원회가 20일 안에 판단하도록 한 규정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교섭단위 구성은 직무·업무 밀접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사용자성 판단 과정에서 형사처벌 가능성을 앞세우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되, 합의하지 못하면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년 내내 교섭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는 원청 경영계의 우려와 개별 하청 노조별 교섭권을 보장하라는 노동계의 요청을 고려한 절충안이다.
문제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분리 기준으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 형태, 교섭 관행 등 크게 세 가지 기준이 새로 규정됐다(제14조의 11). 지방노동위원회는 여기에 당사자들의 의사를 함께 고려해 분리를 조정한다.
인사·노무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과도하다고 본다. 세부 기준이 25가지나 되고, 상급 단체 소속을 뜻하는 '노동조합 조직 범위'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원청 노조도 이 기준을 적용받아 원·하청 노조가 이합집산하며 각축을 벌이면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박상훈(사법연수원 16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가령 원·하청에 10여 개 노조가 있다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으로 절반씩 묶여 교섭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며 "창구단일화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문(35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원·하청 노조가 묶이면 원청 노조가 교섭 대표가 돼 하청 노조에는 실익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교섭단 위 분리는 생산, 물류, 포장 등 업무 내용과 밀접성이 있는 하청업체들이 묶이는 편이 더 실효성 있다"며 "상급단체를 기준으로 교섭단위가 묶이는 사례가 실제로 나타날지는 개정안이 시행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법에는 조합원의 과반을 가진 노조가 교섭 대표가 되거나 조합원 수 비율대로 공동대표단을 구성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제29조의 2 제6항). 양대 노총은 상급 단체를 기준으로 한 교섭 단위 분리가 법적 다툼이나 노조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원청이 응해야 하는지, 즉 원청에 사용자성을 뜻하는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지노위가 20일 안에 판단하도록 한 개정안 내용도 우려된다. 상근직이 아닌 지노위원들이 짧은 시간 동시다발적인 교섭 요구를 파악할 수 있을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원청이 지노위 결정에 따르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입건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김종수(37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원청이 형사처벌 압력을 받으면 사용자성을 다퉈볼 실질적인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말했다. 지노위의 교섭 명령에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교섭 절차는 멈출 수 있어도 형사절차는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실질적 지배력과 노동쟁의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은 올해 안에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시행령에 명시할 수 있게 법상 위임 규정을 둬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에 대해서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국회가 주도한 만큼 본격적인 법 시행도 전에 정부가 추가 법 개정을 제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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