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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타오르는 태양'에 추락하는 엔터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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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빅뱅 개별 멤버 이슈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더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심리적 불안은 당분간 어쩔 수 없지만 중장기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감안하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이달 초 한 증권사에서 내놓은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의견이다. 당시 이 증권사가 전망했던 목표주가는 6만3000원. 하지만 올 초 장중 5만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했던 YG의 주가는 현재 3만원 중반대로 고꾸라졌다.

최근 연예계를 덮친 대형 스캔들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명 '승리 게이트'라고까지 불린다. 사실 '게이트'란 말은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을 말한다. 단지 연예인이 주주로 있는 클럽에서 발생했던 단순 폭행사건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용어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후 마약 유통, 성폭행, 심지어 성접대로까지 확산되며 나비효과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BBC와 CNN을 포함한 해외 언론들에서도 이번 사건이 보도되면서 가히 '무슨 게이트'라는 명칭까지 붙는 글로벌급 이슈로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철저수사를 강조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번 파장이 확산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주요 상장사의 주가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YG 외에도 FNC, SM, JYP,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상장사 주가가 함께 추락했다. 지난달 26일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이들 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000억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유출 의혹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심지어 증권가에는 여자 연예인이 나오는 동영상이 있다는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유포되기도 했다. 엔터주 시총 1위 종목 JYP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투자심리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YG 지분 6.06%와 SM 지분 8.15%를 보유(최근 공시일 기준)한 국민연금의 경우 같은 기간 양사 보유지분 가치가 3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포털사이트 주주 게시판에서 '승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소속 연예인들의 일탈 문제는 그동안 엔터주(株)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회사 실적에 스타 몇 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사건ㆍ사고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인 적이 많았다. 실제로 큐브엔터의 경우 지난해 소속 가수 현아와 이던의 열애 공개에 대한 대가로 두 가수의 퇴출을 발표했으나 주가가 요동치자 이를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적 비즈니스라는 구조적인 리스크가 과거 기관투자가들이 엔터주를 외면해온 이유 중 하나였다. 상품과 시장, 재무, 경영관리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상시 노출돼 있어 기업 평가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랬던 엔터주는 한류붐을 타고 수출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K팝의 열풍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까지 뜨겁게 불면서, 당장 시장성이 확인됐다. BTS(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올해 엔터주가 역대 최고의 글로벌 팬덤을 창출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낙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K팝이 전 세계적으로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산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날아오르던 엔터주는 '버닝썬(burning sunㆍ타오르는 태양)'에 밀랍 날개가 녹아 추락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중심이 된 한류가 이카로스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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