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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낮아지는 문해력에 '심심한 우려'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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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낮아지는 문해력에 '심심한 우려'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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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지난 8월 한 웹툰 작가가 팬 사인회 관련해서 올린 이 문장은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네티즌들이 “이 상황이 심심하냐?”며 비판했기 때문.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를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응까지 보여 많은 사람이 실소를 참지 못했다.


이렇듯 조롱거리로 쓰이고 있는 문해력 부족 현상은 생각보다 더 큰 문제를 숨기고 있었다. 바로 사회 갈등이다. 정보를 정확히 읽어낼 수 없으니 자신의 생각대로 읽는다. 확증편향과 가짜뉴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를 좀먹던 문제들이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고 말 그대로 휩쓸려가고 있었다.

실제로 글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게 읽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60대 할머니는 '소말리아의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묻는 문제를 '윤석열 정부의 물가 대응'으로 읽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윤 대통령을 싫어해서 그 생각을 바탕으로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반대진영도 가짜뉴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극우 유튜버들이 맥락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가짜뉴스에 후원들이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공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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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떨어지고 갈등은 점점 심해지지만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국어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 현 정부는 독서보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교육과정에서 빠졌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다시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해력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국어 교육 시간은 늘기는커녕 줄어드는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낮은 문해력에서 비롯된 사회 갈등들은 심해질 게 뻔하다. ‘심심한 사과’는 비아냥대고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늦어질수록 문제 해결은 어려워질 것이다. 문해력 지옥에 빠진 작금의 상황을 보며 ‘심심한 우려’를 표한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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