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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의 폭격] 외환보유액 충분 vs 부족…뜨거운 적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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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환율에도 정부·한은 "충분"
전문가 "안심은 금물…경계감 높여야"

최근 전세계적인 ‘킹달러’ 흐름 속에서도 원화의 낙폭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국가 경제 비상시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국제결제은행(BIS) 등 주요 기관이 추정한 적정 외환보유고에 미달한다는 입장과 지금의 강달러 현상은 글로벌 공통인 만큼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적정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킹달러의 폭격] 외환보유액 충분 vs 부족…뜨거운 적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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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건전성 지표 안정적…외화 조달도 원할"(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리 외환보유액 전세계 9위…기준 의미 없어"(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원·달러 환율이 13년5개월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음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데에는 보유액 규모 자체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홍콩에 이어 세계 9위권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인 204억달러에 비하면 20배,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2004년 2000억달러, 2010년 3000억달러, 2017년 4000억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도 보이고 있다. 통상 원화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시장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변동폭을 키우면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강달러로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00억원 이상 줄었음에도 한은과 정부가 시장을 안심시키는 이유는 우리 외환보유액이 이 같은 역할을 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 기초 체력 외환위기와 달라…적정기준 시각차

현재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외환당국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원·달러 환율은 크게 올랐지만 국내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과거 위기 때와 달리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신용 위험도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7월 이후 하락세이고, 지난 1일 산업은행이 20억달러 규모의 달러·유로화 채권을 목표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한 것도 그 증거다. 경상수지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줄며 급감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중 24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보이는 중이다.


외환보유액 적정기준에 대한 시각차도 크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적정기준이 없기 때문에 학계와 시장에선 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의 권고안을 기준으로 삼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 외환보유액은 2013년 IMF 기준(150%)과 2003년 BIS 기준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하지만 한은은 이 기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IMF에서 왔다"며 "어느 직원도 IMF 기준의 150%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BIS 권고는 정확한 설계나 연구를 통한 것이 아니어서 지금 적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IMF 권고의 경우 100% 아래로 떨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오히려 위험에 과민하게 반응해 외환보유액을 필요 이상 늘리면 기회비용이 커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는 장기적이고 동태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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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외채 10년만에 최고…GDP 대비 비율로 판단해야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지만 환율 급등과 맞물린 최근 흐름이 수출 부진 등과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나라의 적정한 외환보유액 규모에 정답은 없지만 외환보유고 충족성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 규모를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학계에서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절대액 기준이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은 올해 7월 말 한국은 27%인데, 스위스(129%)·홍콩(129%)·대만(91%)보다 훨씬 낮다"면서 "1997년 외환위기 때 대만이 충분한 외환보유고로 국가부도 위기를 겪지 않은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비해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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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중에서도 비중이 낮은 현금성 자산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을 보면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179억달러로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7월말 예치금인 232억달러(5.3%)보다 비중이 더 줄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 중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운용 중인 외환자산의 상당부분이 채권으로 묶여있어 자본유출시 대처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1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단기 외채 비율도 외환보유액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2분기 단기 외채 비율은 41.9%로 2012년 2분기(45.5%)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대종 교수는 "단기외채는 만기가 1년 이하로 짧은 채무라 금방 유출될 수 있는 자본인데 1997년 외환위기도 일본계 단기 외채가 빠른 속도로 유출되면서 시작됐다"면서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 한미·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킹달러 폭격에 신흥국들이 도미노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직면했다는 점 역시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4월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현재 3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이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킹달러에 따른 원화약세와 함께 신흥국들의 도미노 부도가 맞물려 세계적인 신용 경색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회수가 급격히 진행되면 우리 금융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8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는데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감소는 외환위기의 한 시그널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면서 "환율은 굉장히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는 심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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