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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이 웬 말이냐" vs "최소한 예우는 갖춰야"...노태우 국가장 논란

최종수정 2021.11.03 08:06 기사입력 2021.10.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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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태우' 평가 엇갈려...'국가장' 논란
정부, 국가장 치르되 문 대통령 조문 않기로
진보진영·광주 5·18관련 단체 "국가장 결정에 강한 유감 표명"
시민들 사이에서도 '국가장' 찬반 논쟁

정부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27일. 대구 달서구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국가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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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전직 대통령 노태우 씨가 오랜 병환 끝에 향년 89세 일기로 26일 사망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선제·북방정책 등 대통령으로서 노 씨의 공로를 인정해 장례를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진보진영과 5·18단체 사이에서는 헌정질서를 유린한 이에게 가당치 않은 예우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노 씨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며 국가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되 국립묘지에는 안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 운동 강제 진압과 12·12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고인의 공(功)에 대한 예우는 갖추면서도 5·18 민간인 학살 등 역사적 과(過)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정안정부 장관 재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국가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의 장례위원장을 김부겸 국무총리가 맡으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아 주관한다"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 시민사회단체가 '노태우 국가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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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단죄 안 끝났다"...진보진영·광주 5·18관련 단체 반발


노 씨의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치르면서도 문 대통령의 조문은 생략하는 정부의 '절충안'에도 국가장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노 씨의 국가장이 결정된 27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의원 전원(민형배, 송갑석, 윤영덕, 이병훈, 이용빈, 이형석, 조오섭)은 성명서를 내고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장법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에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의 예우는 납득할 수 없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의 2인자로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이고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 중대 범죄자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 씨의 공으로 꼽히는 대통령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국민과 민주열사의 헌신적인 피로 만든 대통령 직선제가 노태우의 시혜인양 호도되고 있다"라며 "젊음을 조국에 바치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잠들어 있는 그들 앞에 노태우의 국가장은 그저 호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도 정부의 결정에 대해 반발했다. 5·18기념재단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노태우 씨는 전두환 씨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이다. 1997년 내란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원을 선고받았다"라며 "정부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부산부산민중연대,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등 25개 부산 시민사회단체도 같은 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2·12 쿠데타 주역, 5·18 학살자, 군부 독재자에게 국가장을 치르고 국립묘지 안장을 검토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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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국가장', 시민들 반응 엇갈려


노 씨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만큼, 시민들 사이에서도 국가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용서받을 수 없는 과오도 있다. 노태우는 국가장 대상이 아니다"라며 "노태우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 노태우 아들이 재차 사과도 하고 했지만 그런다고 용서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B씨도 "(국가장으로 치르겠다고 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 국가장은 아닌 것 같다"라면서 "이렇게 선례를 남기면 전두환도 국가장한다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전두환이나 노태우나 광주 학살 책임있는 건 매한가지인데 어떻게 국가장을 치를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노 씨의 성과를 인정해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20대 대학생 C씨는 "물론 노태우 대통령이 광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은 맞다"라면서도 "일단 대통령이었던 만큼 최소한의 예우는 갖춰야 할 것 같다. 북방정책도 그렇고 외교적으로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 씨의 아들 노재헌 씨는 27일 5·18 희생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고인의 유언을 공개했다. 직접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에 대해서 부친 대신 몇 차례 용서를 구하기도 했던 노 씨는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컸기 때문에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 생각하고 계셨다"라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 재임 시절에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랐다"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노 씨 국가장 논란에 공과를 살펴, 사회적 숙의를 하자는 취지의 입장이다. 김 총리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 역사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우리 현대사를 거쳤던 이 굴곡에 대해, 한 단계를 넘어가는 일로 평가하시면 어떨까 싶다"라며 "유족인 아들이 전한 말에 따르면 (고인) 본인이 국민들께 여러 사과의 말을 남겼고, 유족 측도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성찰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준 부분들은 고려해야 한다는 게 (국가장을 결정한) 정부 판단의 근거였다"라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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