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직 제외한 외교·안보팀 인선 마무리
동맹 회복 통한 미국의 리더십 강조…블링컨 "동맹들 하나로 모을 것"
4년전 대선 패배 반면교사로 '트럼프 흔적지우기' 험난
국방부 장관 인선은 빠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과 함께 할 때 미국이 강해진다"며 동맹관계를 중하게 여기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의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미국과 세계가 달라진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복원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는 비관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112511265330314_1606271213.jpg)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은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퀸 극장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 등 6명의 외교안보팀 지명자 인선을 소개한 자리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동맹과 함께 할 때 최강이라는 믿음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미국은) 테이블에 상석에 앉아 우리의 적과 마주하고 동맹을 거부하지 않으며, 가치를 수호할 준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블링컨 내정자를 비롯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내정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내정자, 존 케리 대통령 기후 특사 지명자 등 국방부 장관 자리를 뺀 외교ㆍ안보 최고위 책임자들이 모두 나왔다.
외신들은 바이든 당선인의 발언과 새 외교ㆍ안보라인을 소개하면서 미국이 다자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다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일방주의와 힘을 강조했던 트럼프 시대와 결별하고 다자주의와 외교를 강조하는 외교 노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CNN방송의 경우 이번 인사와 관련해 "트럼피즘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라는 평가를 부여했다.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이 동맹을 강조하는 등 미국의 전통적 접근법을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토머스-그린필드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돌아왔다. 다자주의와 외교가 돌아왔다"고 말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의 핵심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이 자리에서 "미국의 동맹을 새롭게 하고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조직을 재건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과의 관계 강화는 미국의 리더십 복원을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하는데, 미국이 그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통하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전 세계 현안을 미국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각국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겸허함과 자신감을 동등하게 놓고 일을 진행하겠다"며 "미국은 지구상의 어떤 나라보다 우리 시대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우리는 핵무기부터 테러까지 직면한 지속적 위협에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토머스-그린필드는 전염병 대유행, 경제, 기후변화, 빈곤, 정의 등 국제적 도전과제를 열거한 뒤 "이들은 미국이 앞장서지 않으면 풀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총책을 맡은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 지명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해야 하고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며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외교ㆍ안보팀의 풀어야 할 숙제가 간단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바이든 당선인이 내세운 정책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설리번 지명자 등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과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같은 무역협정들이 미국인들이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했다는 반성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미국민들의 분노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명백히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섀넌 국무부 전 차관은 "바이든 외교ㆍ안보팀은 지난 4년간 있었던 변화를 뼈저리게 알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되돌리기를 원하고 있지만 되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는 단지 문을 열고 크게 소리는 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외교ㆍ안보라인이 소개되는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이 빠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소개했다. 현재 바이든 정부 첫 국방부 장관 후보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을 지낸 미셸 플로노이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 인선 발표에서는 빠졌다.
한편 정권이양 작업이 속도를 붙으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일일 정보브리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당선인에 대한 정보 브리핑을 미뤘지만, 연방총무청(GSA)이 정권 이양 작업을 승인함에 따라 바이든 인수위는 기밀 자료나 정보기관 등과의 접촉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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