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미·중 갈등 전면으로 부상…美 지렛대 구상에 中 선긋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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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에 점점 목소리를 높이면서 홍콩시위가 미ㆍ중 갈등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다른 나라 문제에는 '불관여ㆍ불개입' 입장이 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갑자기 '개입' 쪽으로 입장을 바꾼 데에는 무역전쟁 봉합에 홍콩문제를 지렛대 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홍콩문제를 언급하며 "폭력적인 진압을 보고 싶지 않다. 중국이 홍콩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서도 "시위대와 함께 마주 앉는다면 그(시진핑)는 15분 안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과 홍콩 시위대의 직접 만남을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다른 나라 문제에 '불관여ㆍ불개입' 입장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번에 직접적으로 홍콩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의 올바른 대응을 압박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홍콩시위 때에도 문제를 중국 내정으로 보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된 홍콩문제 개입 태도는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전쟁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에서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짓고 싶어 한다.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적으며 처음으로 홍콩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계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무역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히며 양국 정상간 접촉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문제에 훈수를 두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며 오히려 무역협상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더 강경해진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홍콩문제 개입을 시도하자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5일 "미국의 추가 관세는 미중 정상의 오사카 회담의 공동 인식을 엄중히 위배한 것이다. 중국이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도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보복조치를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같은날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원전업체 CGN을 사실상 금수 리스트인 '수출 규제 명단'에 추가한 문제도 끄집어내며 "미국의 결정은 수출규제조치의 오용이며 결국 미국과 미국기업에 손실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홍콩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계지으려는 미국의 전략에 휩쓸리면 안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신보 중국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장 겸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할 것"이라며 "그는 홍콩을 무역협상의 새로운 카드로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팡중잉 중국해양대 국제관계학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과 홍콩 상황을 함께 엮으려고 한다"며 "중국은 과거 홍콩 문제를 중국이 알아서 할일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에와서 왜 말을 번복했는지 그 배경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중 갈등의 전면으로 부상한 홍콩 시위는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사회안정 보장을 이유로 18일로 예정된 반정부 시위대의 집회를 금지했지만 시위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빅토리아파크에 모여 반(反)중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저녁에는 홍콩 대학학생회 연합체 주최로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집회가 열려 주말 시위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