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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기억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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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기억에 없습니다!(記憶にございません!)'.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며칠 전 감상한 신작 코미디 영화의 제목이다. '사상 최악의 총리' '돈과 권력에만 몰두하는 악덕 정치인'인 영화 속 주인공은 연설 중 청중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고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영화는 모든 기억을 잃은 일본 총리가 그 사실을 숨기고 고군분투하며 선량한 정치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지난 주말 시사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관람 후 소감을 묻자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영화 제목과 동일한 이 답변은 언뜻 재치 넘쳐 보이지만 최근의 한일 갈등과 일본의 뻔뻔한 역사관을 떠올리게 해 쓴 웃음을 남긴다.


정치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끌어들인 일본의 최근 행보는 명분과 현실 모두 모순 그 자체다.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제외를 단행할 때는 안보상의 이유를 앞세우며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더니 정작 동맹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안보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누가 봐도 명백한 경제보복 조치마저 '#Safe Trad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홍보하고 있다. 도리어 최근 한국이 일본을 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데 대해 "조치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일본이 국제 수출 통제 원칙을 위배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고 이중잣대를 정당화해온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저서 '국화와 칼'을 통해 일본 문화의 이중성을 '국화'와 '칼'이라는 극단적 상징으로 정의했다. 앞에 내보인 손에는 아름다운 국화를 들고 뒤로는 칼을 감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중성을 누구보다 경험적으로 잘 아는 이들이 바로 한국인일 것이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때마침 1400차 수요시위가 열린다고 한다. "위안부는 역사 날조"라고 주장하는 일본도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일까. 환하게 웃으며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베 총리의 모습은 역사를 배우지 않는 민족의 끝이 어디일까 씁쓸함을 남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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