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김효주(20)는 분명 한국여자골프의 '슈퍼카'다.
아마추어시절부터 대단했다. 2012년 롯데마트여자오픈을 제패해 '프로킬러'의 계보에 이름을 올리더니 6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산토리레이디스에서는 최연소우승(16세 332일)을 일궈내 파란을 일으켰다. 프로로 전향한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는 예상대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최단 기간 우승(2개월11일)을 신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강행군이다. 지난달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출전 당시 지인이 "국내 대회에 자주 나오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힘들어 죽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실제 연초부터 혹사를 당하고 있다.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신바람을 냈다가 첫 메이저 ANA 직후 곧바로 스폰서인 롯데의 부름을 받아 롯데마트여자오픈 개막 하루 전 서둘러 제주도에 도착했다.
"몸이 붕 떠있는 기분"이라며 탈진 상태를 호소하다 최종일 11번홀 직후 결국 기권했다. 하지만 살인적인 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스폰서가 주최하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등판을 위해 하와이로 날아갔다.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은 타이틀 방어를 위해, 7월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는 서브스폰서 금호그룹을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최고의 메이저' US여자오픈에서 '컷 오프'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과적으로 마케팅에 급급한 스폰서와 매니지먼트사의 욕심이 슈퍼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골프단을 이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슈퍼카'도 관리를 잘 하고, 때 맞춰 정비를 해야 멋지게 레이스할 수 있다"며 "무조건 달리라는 건 무리수"라고 우려를 자아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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