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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그저 평범한 캐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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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에 연재하는 <캐디편지>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저를 알아보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언니, 전에 나랑 라운드 했었지? 얼굴이 낯이 익네"라고 말씀하지요. 하지만 고객과의 만남이 두 번째가 아니라면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오는 제 얼굴을 희미하게 기억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억을 떠올리다가 "맞다! 캐디편지 쓰는 언니로구나"라고 저를 알아봅니다. 하지만 그 순간 라운드 분위기는 묘하게 썰렁해집니다. 고객들이 무엇인가 많이 신경을 쓰는 눈치입니다. 혹시 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고 생각을 하는지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뭔가 꼬투리를 잡혀 글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걱정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언니 우리 팀은 진상 아니지?" 또는 "우리 팀 재미없어요?" 라는 질문 때문에 저 또한 신경이 곤두섭니다. 혹시 저와의 라운드에 기대를 하고 계신 고객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는 않을까, 또 제 눈치 보느라 볼이 안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서 저도 고객들의 눈치를 본답니다.

하지만 제가 캐디라는 직업을 가져서 이 코너를 연재하게 됐듯이 본업은 엄연한 캐디입니다. 라운드 중에는 오로지 캐디이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가끔은 고객들께 싫은 소리도 하고, 인상도 찌푸립니다.
라운드 후에는 물론 동료들과 고객들의 뒷담화도 즐기는 그냥 평범한 캐디랍니다. 제가 만나는 고객들이 모두 이야기 속 주인공은 아닙니다. 매일 만나는 고객들은 제 하루의 주인공이고,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이 저에겐 다 사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몸담고 있는 이 골프장에서 만나는 모든 고객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글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에게는 고객의 스코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매너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제 하루의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그저 '평범한 캐디'일 뿐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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