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전에 나랑 라운드 했었지? 얼굴이 낯이 익네"라고 말씀하지요. 하지만 고객과의 만남이 두 번째가 아니라면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오는 제 얼굴을 희미하게 기억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언니 우리 팀은 진상 아니지?" 또는 "우리 팀 재미없어요?" 라는 질문 때문에 저 또한 신경이 곤두섭니다. 혹시 저와의 라운드에 기대를 하고 계신 고객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는 않을까, 또 제 눈치 보느라 볼이 안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서 저도 고객들의 눈치를 본답니다.
하지만 제가 캐디라는 직업을 가져서 이 코너를 연재하게 됐듯이 본업은 엄연한 캐디입니다. 라운드 중에는 오로지 캐디이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가끔은 고객들께 싫은 소리도 하고, 인상도 찌푸립니다.
그래서 제가 몸담고 있는 이 골프장에서 만나는 모든 고객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글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에게는 고객의 스코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매너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제 하루의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그저 '평범한 캐디'일 뿐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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