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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나, 양용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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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티셔츠와 하얀색 바지, 한때 유행했던 골프복장입니다.

"그 때가 언제냐고요?" 아마 다들 기억이 나실 겁니다. 2009년 8월, 양용은 프로가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던 날의 의상입니다. 한 팀에 두 명 정도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와 "양용은 같지 않아?"라고 물어 보곤 했었죠. 물론 지금도 간혹 흰색 옷을 입고 오는 골퍼들이 있습니다.
흰 바지만 보면 생각나는 고객이 있습니다. 그 고객 역시 양용은 선수처럼 멋지게 차려 입었고, 마냥 즐거워 보였습니다. 문제는 비입니다.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금세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단 몇 분 사이에 흠뻑 젖어버린 고객은 옷이 몸에 착 달라붙자 민망한 실루엣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캐디들은 공을 봐야 하기 때문에 티잉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하고 있는 고객의 뒤태를 주시해야 합니다. 그 고객은 더욱이 유난스럽게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비에 젖은 바지 속에 비치는 속옷은 왜 그렇게 알록달록한 색을 입었는지, '알록달록이 실룩실룩거리니' 눈이 핑핑 돌 정도였죠. 동반자들도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몇 홀이 지난 후 고객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라 나왔습니다. "언니, 나 엉덩이에 피나는 거야?" 화장실 거울에 비친 엉덩이를 얼핏 보고는 피가 나는 줄 알고 깜짝 놀란 거였죠. 모두 웃음바다가 돼버렸습니다. 요즘 날씨가 그렇듯 1년 중 8월은 계속되는 폭염과 폭우로 라운드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3년 이맘때 쯤 양용은 선수의 우승에 기뻐하던 날을 떠올리며 얼마 남지 않은 8월 힘찬 라운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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