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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꽃 피는 봄에 맛보는 지난 가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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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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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쌀쌀해도 봄나물이 하나씩 돋아나고 봄꽃이 하나씩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봄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탓일까?

올해는 봄이 한 번에 다가왔다. 꽃도 한꺼번에 피어나고 봄나물도 한꺼번에 돋아났다. 기후 변화로 봄꽃의 개화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 봄꽃들도 봄나물들도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봄에 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체크해 본다. 땅에 묻어 두었던 배추김치도 꺼내어 김치냉장고로 옮기고 비닐하우스에 있던 대파도 비닐을 걷어 봄바람을 쐬어준다. 작은 텃밭을 일구어 거름도 뿌려두고 가지런히 고랑도 만들어 꽃단장을 하고 파종을 준비한다. 잊고 있었던 또 한 가지, 지난가을에 절여 두었던 짠 무를 만나야 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반찬으로 만들어 주셨던 그 맛이 기억나 지난 가을에 김장을 하고 남은 가을무로 무짠지를 만들어 두었다.

무짠지는 저염식이 대세인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는 저장식일지 모르지만 설탕과 식초로 절여진 장아찌 맛이 일색인 식탁에서 소금에 푹 절여진 그 맛이 가끔 그리웠다.


동네 어르신께 말로 배우고 처음 도전하는 무짠지는 항아리에 깨끗하게 씻은 무를 담고 물과 소금을 2:1의 비율로 섞어서 고추씨와 함께 절여 두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볏짚(지푸라기)을 넣고 무거운 돌로 꼭꼭 눌러 두었다.


볏짚은 아마도 메주를 띄울 때처럼 볏짚에 있는 균들이 발효 과정에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비닐 속에서 꺼낸 무는 누렇게 변했고 무르지 않고 단단했다. 소금의 진한 짠내와 장아찌 특유의 향이 솔솔 올라오는데 옛날 할머니의 장아찌가 그랬다.


궁금해서 조금 잘라 그대로 맛보니 눈이 찡긋할 만큼 짜다. 그런데 맛있다.


고추씨를 털어내고 씻어 물에 짠맛을 우려내어 실파 송송 썰어 넣고 우려진 국물까지 함께 냉국처럼 먹기도 하고 채 썰어 짠맛을 우린 후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니 밥 한그릇 뚝딱하게 하는 밑반찬이 된다.


짠무는 지난가을의 여운을 남기며 봄나물과 함께 봄맞이를 한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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