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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매콤한 향기가 솔솔 날때, 여름이 끝나간다.

최종수정 2020.08.26 15:16 기사입력 2020.08.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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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매콤한 향기가 솔솔 날때, 여름이 끝나간다.

?올 여름은 장마가 유난히 길었다. 시골에선 비가 안와도 큰 걱정이지만 열매들이 익어갈 때는 비가 오는 것이 또 걱정이다. 열매가 한참 익어갈 때에는 더위에 지쳐도 강렬한 태양이 열매를 풍성하게 익게 하니 열매들을 수확하는 재미에 더위도 견딜만 해진다. 만석지기는 아니지만 우리집 작은 텃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여름이 한참일 때는 고추밭에 풋고추가 풍성하지만 삼복더위가 끝나고 뜨거운 태양이 붉은 고추를 더 탐스럽게 변하게 한다. 하루가 다르게 풋고추보다 붉은고추가 많아지면서 바빠진다.

[요리수다] 매콤한 향기가 솔솔 날때, 여름이 끝나간다.


붉은고추를 태양에서 직접 말리는 것을 태양초라고 하는데 많은 양의 붉은고추를 태양초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금만 습하면 씨가 있는 속부터 썩어버리고 비라도 한차례 오는 날이면 온집안이 고추를 걷어들이느라 비상사태다. 고추를 말리는 시기면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외출금지령이 내려진다. 그 뿐이 아니라 밤이면 이슬을 맞을까 싶어 거실에는 전기장판을 깔고 고추를 말린다. 온 집안의 매콤한 향기와 함께 집안에 가득한 고추를 밟지 않고 지나다니려면 곡예를 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건조기를 들여놓았다. 건조기에서 말린 고추를 태양초만은 못하다고들 하지만 여러 가지 불편함이 해소되어 만족스럽다. 건조기에서 2-3일을 말려야 고춧가루를 만드는 마른 고추가 된다.


말린 고추는 자루에 모아서 가을이면 고춧가루를 만든다. 굵게 빻은 고춧가루는 겨울이 되기 전 김장김치를 담고 곱게 빻은 고춧가루는 오는 봄에 고추장을 담는다. 그리고 남은 고춧가루는 보관해 두고 매일 매일 요리에 사용한다. 붉은고추가 익어가는 것 만큼 건조기도 바쁘게 작동한다. 아침 저녁으로 돌아가는 건조기에서 내 뿜는 고추의 매콤한 향기가 솔솔 날 때면 여름은 가고 있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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