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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행가의 밥] 완산공원 꽃동산과 전주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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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한옥마을, 막걸리 골목과 가맥집, 비빔밥과 콩나물국밥만이 전주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삼천리 방방곡곡 봄꽃 물결이 휩쓸고 지나가면 전주의 한 꽃동산에서 초대장이 날아든다. 전주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던 그곳은 이제 꽃샘추위보다 더 무서운 SNS 소문을 타고 곧 전국구 꽃명소가 될 듯하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도 꽃무리처럼 보이는 꽃동산과 둥그런 대접 속에 꽃을 피우는 전주의 비빔밥 이야기가 봄날을 더 맛깔스럽게 한다.


화사한 꽃동산은 전주의 봄 얼굴이다.

화사한 꽃동산은 전주의 봄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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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완산공원 꽃동산'

성질 급한 매화와 유채, 벚꽃이 봄의 꽃 공연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떠난 자리에는 느긋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 차지다. 탐스러운 왕겹벚꽃과 진분홍색의 철쭉과 자산홍, 왕겹벚꽃과 비교하면 외로워 보이기까지 한 홑겹으로 연분홍색과 흰색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애기사과꽃 등이 어우러진 그곳은 이름 그대로 꽃동산이다.


완산공원은 꽃동산은 여행서를 취재할 때 전주편에서 대단한 도움을 받은 전주 토박이가 귀띔해준 몇 곳의 숨은 명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숨은’이란 단어는 삭제시켜야 할 것 같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뒷산 오르듯 꽃동산에 도착하니 한 줄로 서서 걸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해 걸음을 멈추어야 했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줄이 생겨 발걸음은 더욱 느려졌지만 화사한 꽃들에 취한 사람들은 마음도 보드라워졌는지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꽃과 나’를 테마로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사람들은 모두 꽃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숨어들었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누워 있거나 자는 사람들, 어린이집 아이들도 꽃 속에 숨어 버렸는지 돗자리 위에는 덩그러니 가방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더니 이쯤 되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산공원 꽃동산은 입장료를 받는 곳도 아닌데 누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가꾸었을지 궁금해졌다. 궁금증은 바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침침한 눈을 껌뻑거리면서 무언가를 읽고 계셨다. ‘꽃동산에는 열정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푯말이었다. 푯말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본래 꽃동산의 주인은 김영섭 할아버지. 197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 철쭉과 벚나무, 백일홍, 단풍나무 등 1,500그루를 심고 가꾸어 온 꽃할배다. 박봉을 쪼개어 꽃나무 식재에 투자하였는데 생활비를 주지 않아 수차례 부부싸움도 했었다고 적혀 있었다. 꽃동산 주변에 선친의 묘지가 있어 정성을 다해 가꾸게 되었다는데 세월이 흘러 꽃동산의 가치를 알아본 조경업자로부터 매매 유혹에 흔들린 적도 있다고 한다. 꽃동산의 구세주는 팔복동에 사는 할머니와 손주였다. 꽃동산 주인할아버지는 손주 손을 잡고 놀러 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명소로 만들어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9년 전주시에서 토지와 꽃나무를 매입하고 구도심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와 정자, 산책로 등을 만들어 이듬해 봄,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개방하였다.


꽃동산을 가꾼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꽃처럼 아름다운 완산공원 꽃동산.

꽃동산을 가꾼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꽃처럼 아름다운 완산공원 꽃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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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이들은 꽃동산으로 사라지고 봄꽃 그늘 아래 주인 잃은 가방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꼬마 아이들은 꽃동산으로 사라지고 봄꽃 그늘 아래 주인 잃은 가방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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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과 미모 경쟁 벌이는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해주비빔밥, 안동비빔밥 등 각 지역마다 특별한 비빔밥이 있다. 그래도 가장 유명한 건 전주비빔밥일 듯하다. 전주의 비빔밥은 여러 가지 나물과 콩나물, 육회를 얹어 먹는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소 머리를 곤 국물로 밥을 지어 밥이 고슬고슬하여 잘 비벼진다고 한다. 비빔밥의 화룡점정은 날달걀 노른자가 차지하고 콩나물국이 곁들여진다. 여기서 잠깐 삼천포로. 전주는 유독 콩나물을 넣은 음식에 빼어난 솜씨를 가진 고장이다. 전주는 수질이 좋고 콩나물을 재배하기에 알맞은 기후라고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콩은 가까운 임실에서 공급된다. 좋은 재료에 손맛이 더해지니 전주에서 콩나물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전주 사람들에게 비빔밥 맛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다들 난감해한다. 비빔밥은 집에서 이런저런 재료를 비벼 먹어야 제맛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잠시 후 이어지는 대답은 “타지에서 온 친척이나 친구들이 비빔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가는 곳이 두어 곳 있긴 해요. 그런데 다 입맛은 다른 것이니까….”


전주 사람들이 꼽아주는 곳 중 한 곳에서 여러 번 비빔밥을 먹었다. 가족과 맛을 보았을 때는 비빔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였는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온 미식가 친구들은 전주비빔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색색 고운 나물이 가득하고 은행, 밤, 잣의 견과류에 고추장까지 더해져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며 한 그릇씩 싹싹 비웠다. 전주완산 꽃동산에서 실컷 꽃구경을 하고 나서 쓱쓱 비빔밥을 비볐다. 오방색으로 어우러진 재료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그릇 속에 봄꽃이 핀 듯했다.


육회를 얹은 전주비빔밥. 전주에서는 해마다 비빔밥축제도 열린다.

육회를 얹은 전주비빔밥. 전주에서는 해마다 비빔밥축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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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mation

전주시청 http://tour.jeonju.go.kr

완산공원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 네비게이션에 완산공원을 치거나 전주시립도서관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길을 오르면 닿음)

고궁 전주본점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중앙로 33(덕진동2가),

063-251-3211, 11:00~21:30, 설·추석 전날 휴무


글·사진=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http://blog.naver.com/travel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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