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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인수위의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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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인수위의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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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요란하게 시작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1차 업무보고를 마쳤다.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겹겹이 쌓아올린 규제 철옹성을 쳐내고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을 대거 포진한 지 열흘만이다.


‘보수 정책의 귀환’이라는 분석과 함께 인수위원들의 과거 행보에서 새 정부의 밑그림을 찾는 작업도 시작됐다. ‘삽’으로 명명된 진흥책은 규제들을 뜨더귀로 만들었고 업무보고에서는 현 정부 정책에 시한부를 선고했다.

하지만 업무보고를 마친 모 부처 관계자가 전한 "공약 이행에 너무 매몰돼 있다"는 속내는 밖에서 알려진 분위기와는 결이 다르다. 중장기 국정 운영 기조까지 세워야하는 인수위가 공약 이행률에 집착해 당선인의 공약 달성을 위한 방안 마련만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0.73% 포인트라는 역대 대선 최소 득표차에서 찾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이 지지층보다 많은 탓에 비지지층으로부터 가장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 등 계속되는 논란에 인수위가 ‘직구’만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름길만 찾다보니 살피고 짚어야 할 길목에서 문제도 발생했다. 이명박 인수위가 ‘전봇대 뽑기’로, 박근혜 인수위가 ‘손톱 밑 가시’로 경제 분야의 규제를 특정해 접근했던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의 인수위는 현 정부와 대척점만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이나 방역 대책과 같이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분야를 첫 타깃으로 삼은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환’, ‘규제 철폐’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목표지만 밀어붙여 하루 아침에 국민들에 통보되는 방식이라면 부작용은 뻔하다.


정권 교체라는 약발이 떨어진 점도 인수위 입장에서 되새겨야할 대목이다. 지난주 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윤 당선인이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의 55%에 불과했다. 당선 2주 이내 시점에서 실시된 앞선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은 84%, 박 전 대통령은 78%, 문재인 대통령은 87%에 달했다.


대통령의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으로 지키는 게 도리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350페이지에 담아낸 공약에 260조원을 모조리 쏟아내 모두 이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집권 4년 차 공약이행률은 41%, 이 전 대통령은 39%에 그쳤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43%), 고 김대중 전 대통령(18%)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이어 윤 당선인도 모든 공약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건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비호감 대선이 끝나고 신구 권력 충돌로 인수위가 누릴 수 있었던 허니문 기간은 사실상 사라졌다.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놓고 벌써부터 전운이 고조되고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지방선거 탓에 또다른 기싸움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제는 200여개의 당선인 공약 중 꼭 해야 할 과제를 제대로 추려야할 시점이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약을 찾아 개선에 나서고 여야 싸움이 불가피한 공약은 총선 이후에 다시 판단해야 국정수행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을 떠난 한 의원은 윤 당선인이 언급한 ‘국민속으로’라는 문구에 "공간보다 마음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항상 소통하고 질문에 대답하려는 자세야말로 불통에 지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라는 뜻에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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