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던 적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단 두번이었다는 점에서 과거 경제위기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399.0원으로 개장,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원화가 연동해 움직이는 중국 위안화가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으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1400원 턱밑까지 위협하던 환율은 장 후반 당국의 개입 추정 물량 등의 여파로 하락세로 전환하며 전날 종가보다 5.7원 내린 달러당 13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구두개입에 이어 실개입에 나서면서 1400원 방어에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시장에선 오는 20~21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 Fed가 금리를 한번에 1.00%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스텝'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목전에 두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 및 한국은행 등은 글로벌 '킹달러' 기조로 원화가치 뿐만 아니라 유로화·위안화·엔화 등 다른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는 추세여서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과거 외환위기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그 근거다. 국가신용 위험도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월 이후 하락세이고, 경상수지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했으나 현재는 상반기 24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외환보유고도 과거 위기 때와 다르다. 외환위기가 진행되던 1997년에 국내 외환보유액은 전고점 7월 336억7000만 달러에서 5개월만인 12월에 204억1000만 달러로 132억70000만 달러 축소됐으며 감소 폭은 39.4%에 달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는 전고점인 3월 2642억5000만 달러에서 8개월이 지난 11월에는 2005억1000만 달러로 637억4000만 달러 줄면서 외환 보유고 감소 폭은 24.1%을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7월 말보다 21억8000만달러 줄긴 했지만 1997년과 2008년 대비 충분한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는 하반기 리먼 브라더스 충격 터지면서 환율이 11월께 바로 튀어올라갔는데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높이지 않았었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코로나가 극복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어서 그때와 같은 환율 상승 속도보다는 완만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최근 고환율은 미 긴축 공포, 반도체 수출을 둘러싼 미·중 갈등, 경기 침체시 수출의존도 높은 우리경제의 타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과거 고환율 위기 시기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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