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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웃나라 일본, 강대국 일본

최종수정 2019.08.01 13:58 기사입력 2019.08.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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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국제부장

[데스크칼럼]이웃나라 일본, 강대국 일본

이쯤 되면 '빅매치 데이'다. 지난달 1일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이렇다 할 양측의 만남조차 없이 한달을 이이온 한일 갈등이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된다.


오늘 태국 방콕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막을 앞두고 한일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대면한다. 포럼 기간중에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미국도 중재자로 나서 한ㆍ미ㆍ일 3자 회담을 갖는다. 내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가 열린다. 우리측 대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측과 치열한 설전을 벼르고 있다. 마침 이날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우대국) 배제를 각의에서 결정하는 날이다.


여기서 되돌아 봐야 할 것이 있다. 지난 한달간 수출규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에서 드러난, 부정하고 싶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의 한국,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습관적으로 '이웃나라'로 표현했던 일본의 위상이다.


정부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단절된채 극단으로 치닫던 이번 갈등을 놓고 일본 언론들조차 자국 정부의 수출규제를 비판하고 있다. 제3자인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일본이 자유무역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끄떡이 없다. 아예 이같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국제사회 역시 방관하는 분위기다. 지난 한달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그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나마 안보 동맹 균열을 우려한 미국이 뒤늦게 개입하는 형국이다.

자유무역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한국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무역보복을 하는 일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지난해 기준 4조9709억달러로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이다. 1조6194억달러로 12위인 한국과는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다만 우리는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이웃나라'의 힘을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일본은 이미 1961년부터 해외경제협력기금(OECF)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돈보따리를 풀며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한국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만들어 대외원조에 나서기 26년 전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 경제는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던 것도 사실이다. 일부 첨단분야에서는 오히려 일본을 압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내부에서조차 '이대로라면 조만간 한국에 따라잡히고 이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잇따랐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본의 힘이, 그리고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독보적이라고 생각했던 D램 반도체는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 길을 막자마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만약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할 경우 우리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겉으로 화려해 보였던 한국의 기술력이 정작 핵심 소재 부문에서는 여전히 '극일(克日)'은 고사하고 철저하게 일본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일본은 첨단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재확인했다.


자문해 볼 때다. 우리는 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은지 2년이 훌쩍 넘도록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는 왜 말도 되지 않는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에 힘대 힘으로 붙지 못하고 미국에 SOS를 쳐야 하는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은 그것이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힘과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외교 전쟁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나마 우리는 일본과의 갈등 속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 수입원을 발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한국 기업의 근본 체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제 정부의 역할도 명확해 졌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고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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