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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관치(官治)와 관시(官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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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부산의 유명횟집 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전국 제로페이 맛집 순방, 오늘은 부산 자갈치시장 편이었네요"라고 적었다. 홍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사실상 제로페이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중기부와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자 관(官)주도로 만든 결제시스템이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관치(官治)와 정부가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관시(官市)가 모두 엿보인다. 정부와 서울시,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도자료와 소셜미디어, 현수막, 광고 등으로 홍보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지역 업소를 돌며 가두홍보와 가맹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과 이들의 가족은 가입독려 1순위다. 공무원들은 기존 업무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인 일자리안정자금을 홍보하고 이를 접수받느라 진이 빠져 있다. 여기에 가맹점 모집원과 같은 일까지 추가돼 업무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3월이 정식서비스인데 서울시 전체 소상공인 점포 66만곳 중 제로페이 가맹점은 10%도 안 된다. 지자체마다 올해 안에 20%는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의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유인책도 마련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계천시설 이용료 감면혜택을 주기로 검토했지만 청계광장, 수변무대, 생태학교의 경우 시설예약제로 운영돼 제로페이 적용이 곤란한 것을 뒤늦게 알았다. 대신 세외수입고지서와 온라인 결제 시에도 제로페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 조례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당수 지자체들은 하반기 중 공공근로 인력을 채용할 때 제로페이 전담인력을 뽑기로 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는 이미 2월부터 오는 4월까지 두 달간의 일정으로 5명의 제로페이 전담인력을 채용했다. 또 다른 구청에서는 업무추진비 가운데 1480만원을 조성해 구청 부서마다 많게는 500만원, 동별로 30만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최초로 제로페이를 사용할 경우에는 복지포인트를 5포인트 지급하고 4월 이후에는 5000원의 상품권으로 변경해 주기로 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만든 온누리상품권은 올해는 발행 규모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2조원에 이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기업들이 명절마다 수십, 수백억 원을 풀고 정부가 할인해 판매한다. 그러나 정작 전통시장 내 결제수단에서 온누리상품권 비중은 작년 기준 3.4%에 불과하다. 발행 규모가 커진다고 결제 비중이 높아지지 않을뿐더러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2011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로 만들어진 알뜰주유소는 도입된 지 8년째를 맞고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유가하락기와 셀프주유소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알뜰하지 못한 주유소'라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전직 고위관료는 "(정부로서는) 어차피 욕먹을 거, 아무 것도 안 하니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모든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받는 정부가 세금을 내는 기업ㆍ국민과 시장에서 경쟁하고 이기려고 한다면 정부와 국가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이경호 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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