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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N포 세대와 N차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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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노동부 장관을 지낸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한 것이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이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 양극화 현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엄밀히 얘기하면 대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대기업과 협력업체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중소기업이 임금을 자발적으로 올려주기에는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거래 관계의 대기업에서 일정 부분 재원을 내놓고 이를 협력업체의 임금과 복지 향상이나 공동 연구개발(R&D), 경영 안정 자금, 대금 결제 등에 쓰도록 하자는 취지다.

권 위원장이 주목한 부분은 1차 협력사가 아니라 2, 3, 4차 등 N차 협력사다. 대기업에도 항상 당부하는 것이 "2, 3차 협력사에도 대금을 제대로 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3원칙(제값 쳐주기ㆍ제때 주기ㆍ상생 결제로 주기)이다.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차, SK하이닉스, LG전자, KT, 포스코, 롯데백화점, CJ제일제당, LG화학, GS리테일, LH,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견기업 등 21곳이 이 운동에 참여했다. 약속한 금액만 7조6000억원을 넘는다.
대ㆍ중소기업, 원청ㆍ하청업체의 임금 격차 확대는 노동 양극화를 초래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능력과 노력에 따라 임금 규모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성별, 학력별, 지역별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ㆍ하청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임금총액(정액 급여+초과 급여+상여금)을 기준으로 원청 대기업이 100이라면 1차 협력사는 53.9, 2차 협력사는 51.1, 3차 협력사는 42다. 대기업 직원이 한 달에 500만원을 받는다면 1차 협력사 직원은 270만원, 2차 협력사 직원은 255만원이고 3차 협력사 직원은 210만원으로 절반도 안 된다. 이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 성과급, 복지 등을 합의한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사실상 사측의 통보로 결정된다. 대기업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40%에 이르는 반면 협력업체들은 8%도 안 된다. 상여금도 대기업은 대부분 지급하지만 협력업체들은 지급하는 곳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회보험 가입률 또한 3차 협력업체는 떨어진다. 4대 보험 중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아 노후 소득 불안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직원 30여명 규모의 협력업체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요즘 청년들이 한 가지 이상을 포기한다고 해서 'N포 세대'라고 한다. N차 협력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N포 세대가 아니라 'N포 직장인'임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낸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정책 대응: 해외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대기업 임금 수준은 1980년에 중소기업의 1.1배였는데 지금(2014년 기준)은 1.7배로 확대됐다. 일부에서는 스웨덴의 연대임금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자동차나 금속, 화학 등 산업별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동일 산업 전체에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립적 노사 관계하에서는 쉽지 않다. 더구나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대기업 근로자와 노조가 이를 주도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대로 임금 수준이 높아지는 중소기업의 사업주는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다. 최저임금보다 무서운 게 연대임금이다. 스웨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임금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과 같은 복잡한 임금 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언젠가는 대타협의 길로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경호 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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