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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부동산세제의 역정(歷程)과 노마식도(老馬識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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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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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보유세 인상 등으로 주택 소유자들이 그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반전세가 유행한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반전세 계약 비중이 지난해 9월 8.9%에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2월에는 16.4% 정도로 급증했다고 한다. 위 부동산 대책은 종합부동산세율 상향은 물론이고 양도소득세율의 인상 및 공제율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데,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도 시세의 70~80%까지 신속하게 진행돼왔다.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2017년 4.94%, 2018년 6.02%, 지난해 9.42%로 점점 급등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시지가를 낮춰달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지방세법도 개정을 통해 주택 유상 거래 시 다주택 가구의 취득세율을 인상하는 등 정책 기조에 공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세제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가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하는 형국이고, 그에 기인해 주택 거래 방식에도 변화난측(變化難測)의 파급 효과가 목도되고 있다.


부동산세제의 과세 계기는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주택의 취득, 보유 및 처분의 3단계로 대별된다. 먼저 취득 시점에 원칙적으로 1~3%의 취득세가 부과된다. 만일 취득 원인이 증여나 상속이면 증여세 또는 상속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다음으로 보유 단계에서는 재산세와 종부세가 과세된다. 재산세는 지방세로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에 기초해 부과된다. 6000만원, 1억5000만원, 3억원 등으로 급간이 세분화돼 0.1~0.4%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세인 종부세도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6억원(1가구 1주택자는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제금액 초과분에 대해 부과된다. 초과분의 과세표준을 3억원, 6억원, 12억원, 50억원, 94억원을 기준으로 6단계로 나누어 0.6~3.0%의 세율을 적용한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하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가중세율이 적용된다. 주택을 유상 처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과세표준 1200만원, 4600만원, 8800만원, 1억5000만원, 3억원, 5억원을 기준으로 6~42%의 7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실지거래가격에 의하고, 재산세와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의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7년 11월 최초로 '부동산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세'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조세 수단을 동원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88년 12월 종부세의 시초라고 하는 '토지과다보유세'가 시행됐고, 1990년 1월에는 토지분 재산세와 토지과다보유세를 통ㆍ폐합한 '종합토지세'가 신설됐다. 2005년 1월부터는 1970년대 후반부터 거론된 가칭 종합재산세의 변형인 종부세가 입법되면서 기존의 종합토지세는 재산세로 통합됐다. 이뿐만 아니라 부동산 양도 차익 과세도 점진적으로 강화됐다. 정부 수립 후 최초의 소득세법에서는 부동산 양도 차익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후 법령의 개정에 따라 부침을 겪다가 1975년 소득세법이 종합소득세제로 개편되면서 부동산 양도 차익은 과세 대상 소득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일련의 세제 개편으로도 부동산 투기는 근절되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투기 억제 목적의 조세 정책 성적표는 실로 초라했다. 그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수요는 점증해왔는데 주택 공급은 그 수요에 늘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한 규제적 조세인 부동산세제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도 지속적으로 마찰을 일으켰다. 헌법재판소는 1994년 지가 상승 이익을 노린 유휴지와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해 50%의 세율을 적용한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헌법 제23조의 사유재산권 보장 등에 반한다는 취지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한 1999년에는 택지 소유의 경위나 목적에 관계없이 개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소유 제한을 설정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이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돼 위헌 판결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가구별 합산을 규정한 종합부동산세법 조항이 혼인으로 인한 차별 취급을 금지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판시와 같이, 그 보유의 동기나 기간, 조세 지불 능력, 부동산 외의 재산 및 수입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ㆍ무차별적인 고율 누진 과세를 하는 것은 입법 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책 수단의 범위를 넘어 납세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면 건전한 근로 의욕이 저해되고 과도하게 높은 주택 가격은 청년들의 미래 청사진 설계에 장애가 되므로 당면한 국가적 해결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주택 가격의 상승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대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기 드물다. 그러나 주택 가격은 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규제형 세제를 앞세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생각은 남가일몽(南柯一夢)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조세의 전통적 목적과 기능은 국가가 재원 조달에 있으므로 조세가 오직 정책적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이른바 '죄악세(sin tax)'로 전락해 조세 체계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지나친 양도 차익 과세는 결집 효과와 동결 효과로 주택 공급을 얼어붙게 해 오히려 주택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된다는 연구도 참고할 만하다. 또한 고율의 양도세를 유지한 채 보유세의 중과만을 시도한다면 사유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수 있다는 분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는 미실현 상태의 평가 차익에 대한 과세로 유동성 마련이 쉽지 않고 진정한 담세력의 판단이 어렵다는 사실상의 문제도 있다. 가령 10억원의 주택을 오래전 1억원에 구매한 자와 최근 10억원에 산 자의 담세력이 같을 수 없고, 자기자본으로 구매한 사람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구입한 사람의 담세력이 같지 않음도 자명하다. 시민의 주거 안정과 조세의 공평 부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노마식도(老馬識途)는 진정 수세기 전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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