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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BTS 열풍이 보여 준 한류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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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한류(韓流)의 인기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머리색도 피부색도 다르고 가사 내용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할까.


빌보드 차트 수상 후 이뤄진 방탄소년단(BTS)의 '스타디움 투어'는 미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4~5일(현지시간) 첫 테이프를 끊은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은 6만명 이상의 관객으로 꽉 들어찼다. 대학 졸업 후 20대 후반 취업을 한 뒤부터 대중문화와 거리가 멀어진 '아재 세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몇년 전에야 BTS라는 이름과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의 존재를 알았다. 게다가 그들이 21세기의 비틀즈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약자 발음이 비슷해서인가", "아니 작곡도 제대로 못하는 가수가 가수냐"라고 반문했다가 '정신나간 녀석' 취급을 당한 후 발끈했던 기억이 있다. 세대 마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기자는 김광석이나 서태지, 이선희 등을 배출한 1980~1990년대가 대중문화의 전성기였다고 자부해 왔다.

그래서일까. 도통 K팝과 한류가 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지 이해를 못 했다. 그냥 흔하디 흔한 '아이돌그룹', 공장식 기획사에서 양성된 획일적 외모와 춤ㆍ노래에 감동을 느끼긴 어려웠다. 그들의 춤은 에어로빅과 무술 동작, 현대 무용, 체조 등을 적당히 섞은 '아류'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성형수술까지 받아 가며 하는 비비인형 흉내내기는 보기엔 좋을 지 모르나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노래는 또 어떤가. 철학과 인생, 사색, 희노애락, 사회비평 등이 담겨져 있기 보다는 천편일률적 사랑 타령에 랩과 영어가 뒤섞여 한국인들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은 지난 3일 뉴욕의 한 학교에서 열린 인터내셔널데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바뀌어 버렸다. 10여개 국가 출신 학생ㆍ학부모들이 각국의 전통 음식을 싸와 저녁을 먹은 후 강당에서 아이들이 준비한 각국 전통 문화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의 존재는 독보적이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지만 공연 내내 뿌듯한 기분이었다. 1개팀만 공연에 나선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3개팀이 나섰다. 먼저 저학년들이 귀여운 꼭두각시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은 후 중급 학년들이 보이ㆍ걸그룹 공연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BTSㆍ트와이스의 노래에 맞춰 춘 'K팝 댄스'는 비록 서툰 솜씨였지만 큰 환호를 받았다. 고학년들로 구성된 태권도팀도 별도로 공연을 펼쳤다. 쩍쩍 갈라지는 나무 판자와 시원하고 절도 있는 돌려차기 기술에 사람들의 넋이 나가고 말았다.


무엇보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공연이 출신 국가의 전통 문화를 그대로 재연한 것에 그친 반면, 한국팀의 공연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골고루 섞어 놓았다는 점이 달랐다. 꼭두각시춤과 태권도 등 전통적인 것에 기초를 두고 전세계에서 받아들인 새로운 춤ㆍ음악을 뒤섞어 놓은 K팝의 공연은 이색적이고 독특했으며, 유일하게 유니버셜(universal)한 콘텐츠였다. 생각해보니 2차 세계대전 후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어느 국가와 민족이 K팝과 한류 문화처럼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문화 조류를 창조해 낸 적이 있던가. 컴퓨터ㆍ인터넷의 발달을 대중적으로 활발하게 수용해 PC방ㆍE 스포츠 열풍이 벌어진 곳도 한국이었다. K팝과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도 각광을 받을 만한 이유는 전통을 단순히 지키는 데에서 벗어나 재해석하고 새로운 것을 수용해 보다 나은 것을 창조해 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맞아, 한국은 원래 역사적으로 토박이 원주민과 유목민, 남방 농경민족이 골고루 뒤섞여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였지. 지정학적으로도 대륙과 해양의 교차점이었다. 우리는 원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모방하고 창조하는 데 익숙했었다. 잊지 말자.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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