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데스크칼럼]사모펀드의 개념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소수의 투자자에게서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주식과 채권 따위에 투자하여 운용하는 펀드. 사모(私募)펀드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다. 글자 그대로 사적으로 모아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한 사모펀드가 모집할 수 있는 투자자 규모는 최대 49명.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 펀드 규모를 생각하면 어지간한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가 아니면 가입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이 사모펀드가 요즘 말썽이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이 1조7000억원대 펀드자금을 환매하지 못하면서 사고를 친 이후 잊을만 하면 사모펀드 관련 사고가 터지고 있다. 라임 사태가 터진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일부의 원금이 대부분 날아가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두 은행의 DLF 부실 규모는 80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는 연초부터 끊이지 않고 비슷한 부실이 터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7000억원 규모의 젠투파트너스 펀드, 신한금융투자와 하나은행이 판매한 5300억원 규모의 ‘독일헤리티지DLS’, KB증권이 판매한 3200억원대의 ‘JB호주부동산펀드’ 등이 부실이 발생하며 환매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독일 문화재 개발사업인 ‘독일헤리티지DLS’와 호주 장애인 아파트 사업 투자 건이었던 ‘JB호주부동산펀드’는 사실상 현지에서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이란 곳에 제대로 사기를 당했다. 국공채 위주의 안전자산에 투자해 2.8%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옵티머스운용에 속아 관련 상품 4500억원어치를 고객에게 팔았다. 이 상품은 한국투자증권도 팔았는데 둘을 합치면 펀드 규모는 5000억원이나 된다.


이렇게 지난 1년간 터진 사모펀드 부실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금융기관들이 눈을 뻔히 뜨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도 어이없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기의 피해자들이 불특정 다수라는 점이다. 평생 모은 퇴직금을 사모펀드에 넣었다가 다 날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라임펀드에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만 4000명을 훌쩍 넘는다.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했다 물린 투자자도 수백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피해자들은 속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판매사(은행, 증권사)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사모펀드 1만개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법원에서 불완전판매가 얼마나 인정될지, 당국의 전수조사 결과가 어떨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연이은 사고로 추가 사고가 예방될지, 계속 터질지도 알 수 없다. 투자란 건 기대수익(return)만큼 위험(risk)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SK에 투자해 2년새 600% 수익률로 1조원대 수익을 냈던 소버린의 경우와 한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이 좋은 예다.


사모펀드에 투자해 큰돈을 벌수도, 파산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액자산가와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2020년 대한민국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엮인 사회문제가 돼버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를 활성화한다며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사모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것이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운용사 설립 최소 자본금 기준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이런 정책적 지원 덕에 전문사모운용사는 2015년 20개에서 올 1분기 225개로 늘었다. 저금리에 팔 상품이 없던 은행과 증권사들은 앞다퉈 사모펀드를 팔았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원에서 올해 430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사모펀드는 일반 고객에게 파는 상품이 아니라 비공개로 모집한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것”(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라는 기본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