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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급등주의 비밀이 알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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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부산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하는 50대 최순진씨(가명)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 왕소군씨(가명)로부터 두 달 정도만 투자하면 250에서 300%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왕씨는 비상장 IT기업인 A사가 코스닥에 상장된 B사를 인수해 우회상장하면 바로 회수를 할 수 있으니 비싼 이자를 내고 빌려서라도 투자를 하라고 부추겼다. 혹한 김씨는 자신의 쌈짓돈 뿐 아니라 다른 지인들까지 A사에 투자를 하게 했다.


A사 대표 이대박씨(가명)는 이런 식으로 80억원을 모아 실제로 B사를 인수해 B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씨의 초대박 프로젝트를 믿고 투자한 최씨와 그 지인들은 어떻게 됐을까? B사를 인수한 이씨로부터 최씨 등은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받았을까?

주식시장을 웬만큼 아는 이들이라면 예상할 수 있듯이 이씨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되기 때문이다. 이씨 등은 A사에 투자했고 A사는 그 돈으로 B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였으니 애초부터 두 달만에 투자자들의 돈을 돌려줄 수는 없었던 셈이다.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1년 후라도 투자자들이 대박을 내기는 쉽지 않다. 300% 수익을 내려면 B사 주가가 300%는 올라야 하는데 B사 주가는 A사가 인수한 후 4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설사 B사 주가가 오르더라도 이씨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A사가 보유한 B사 지분을 다 팔 수 없으니 애초 이씨가 약속했던 대박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 것과 달리 주식시장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풀린 돈이 오로지 주식시장으로만 몰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기 있는 종목의 공모주 청약에만 수십조원이 몰리고,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맡겨 놓는 돈인 고객예탁금은 60조원을 넘어섰다. 고객예탁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조원대였다.

돈이 몰리다 보니 주가도 잘 오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지수는 연초 600대 중반에서 800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400대 초반까지 급락했을 때와 비교하면 배 이상 올랐다.


이런 장에서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를 때 전세 살고 있는 사람이 가지는 박탈감과 비슷하다.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의 랠리에 동참해 한 몫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때마침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아무한테나 공개할 수 없는 급등주의 비밀을 가르쳐준다는 문자도 빗발친다.


이제 나도 부자 아빠, 부자 엄마가 돼 보자는 생각에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들어와 보면 모든 종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르는 종목이라도 끊임없이 오르지 않는다. 오르는 와중에도 등락을 거듭한다. 내가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는 일이 반복된다. 물론 투자한 종목이 급등해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력이 아니라 운일 뿐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당신이라면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만이 아는 급등주를 추천하겠는가. 제대로 된 분석 없이 고수익만 좇다간 두 달만에 300% 수익을 믿고 투자한 최순진씨와 지인들의 모습이 내가 될 수 있다. 수익에는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위험이 동반된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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