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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죽은 아내를 박제했다…완벽히 서정적으로

최종수정 2022.11.25 14:38 기사입력 2022.11.25 11:29

'추리기법' 아닌 '추리소설' 쓰고파
자극적 전개 없이 30년 만에 출간
에로·그로·난센스 대신 서정성 강조
가족과 박제…세상의 순리 담아
다시 읽고 싶은 마음 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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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어느 봄날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동물 박제사인 남편 ‘박인수’는 이유를 직감한다. 이틀 전 아내의 임신 테스트기에 뜬 두 줄(임신). 더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하고 정관수술을 한 박인수는 그런 상황이 죽음을 불렀다고 추측하고 진상 파악에 나선다. 아내 통장에 입금된 출처 미상의 1000만원, 휴대전화에 찍힌 미상의 전화번호 두 개, 박인수는 다짐한다. "당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나는 꼭 찾아낼 것"이라고.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이순원 작가의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1992) 이후 30년 만이다. 사건 발생과 해결의 추리소설 수순을 따르지만 자극적 전개로 독자를 옭아매지 않는다. 서정적 전개를 바탕으로 ‘당신은 당신 가족에 관해 얼마나 아는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소설 ‘박제사의 사랑’(시공사)으로 돌아온 이순원 소설가를 지난 22일 마주했다.

-1992년 발표한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이후 30년 만의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로는 참으로 오랜만인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30여년 전 출간한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는 ‘한국 천민자본주의’에 관한 경고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진행된다면 반응이 어떨까에 초점을 맞춰 쓴 소설이다.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문학판의 반응은 그게 마치 작가와 작품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방식인 것처럼 ‘추리소설’이라고 말하지 않고 ‘추리 기법의 소설’이라고 말했다. 멋진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


-‘추리 기법의 사회소설’이 아닌 ‘추리소설’을 강조한 이유는.

▲미국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로 이미 오래전 추리소설이 본격문학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1990년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추리소설을 본격소설이 아닌 ‘장르소설’로 구분한다. 이 소설을 쓰면 "이렇게 써도 추리소설을 장르소설로 내몰 것이냐?" 하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언제까지 추리소설이 장르소설로 내몰리도록 쓸 것이냐?" 하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박제사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양들의 침묵’에서 보듯 대부분의 소설과 영화에서 박제사는 엽기적인 범죄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박제사는 죽은 동물에게 새 영혼을 불어넣고, 그 동물이 살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되살리는 직업이다. 박제를 죽은 아내의 삶을 복원하고 애도하는 과정으로 그리고 싶었다.

-미스터리와 해결이라는 단선적 구성 방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여타 ‘추리소설’과의 차이도 언급했다.

▲흔히 추리소설에는 ‘에로, 그로, 난센스’한 요소를 끌어들이라고들 한다. 돈과 정욕, 복수와 질투의 살해 동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거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자칫 소설을 문학작품이 아닌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이번 소설에는 엽기적인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대신 서정성을 불어 넣었다. 범인을 알고 나면 다시 펼치지 않는 여타 추리소설과 달리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소설은 ‘당신은 당신 가족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도 하다.

▲어쩌면 이 질문이 소설이 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일지 모르겠다. 소설 속 박인수의 대사로 갈음한다. "제가 아내에 대해 제일 안타까운 건 이런 겁니다. 그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깊은 슬픔 속에서 자랐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나는 아내에게 그런 위로를 한 번이나 제대로 했는지, 정말 떠난 다음 생각하니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알지도 못해서 이게 아내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아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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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계절을 담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목숨을 잃은 동물에 영혼을 불어넣는 박제작업의 아름다움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삶과 사연을 통해 세상살이의 순리와 배반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앞으로도 쓰는 일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동해안의 항구마을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연애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 한 해 동안의 질긴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순원은 누구

1958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비령',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장편 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등을 출간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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