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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 자유주의 시대의 종말…美 '천하삼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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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中견제 바이든 정책, 트럼프와 비슷한 행보
민주·공화 양당 아닌 새 정치문법으로 바라봐

[최대열의 體讀] 자유주의 시대의 종말…美 '천하삼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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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오른 뒤 우리가 갸웃거린 건 괴짜로 평가받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 및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 때문이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을 요약하면 ‘바이 아메리카, 메이드 인 아메리카’다. 이는 워싱턴 정계의 이단아 트럼프가 재임 기간 강조했던 기조와 맞닿아 있다. 바이든은 취임 후 한 달가량 지난 상황에서 반도체·배터리·희토류 같은 주요 품목을 콕 집어 공급망에 대해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100여일간의 조사 끝에 최근 나온 결론은 미국 내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고 중국 의존도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가 오버랩된다. 당시 트럼프는 중요 광물을 일찍 개발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바이든은 선거에서 맞붙은 전임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받는 것도 모자라 더 공고히 할 태세까지 분명히 밝혔다. 그러니 어색하게 비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의 정치 문법에 대해 좀 더 명징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와 사뭇 달라진 지형도를 주요 맥락으로 깔아둬야 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쓴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는 미국을 무대로 한 현실정치가 어떤 배경에서 지금 같은 처지에 이르렀는지, 현재가 어떤 상황인지 곱씹는 책이다. 안 교수는 ‘공적 지식인’으로 자처하며 일반 시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 발언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는 저자의 표현대로 답을 풀어주는 해설서라기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자는 제안서에 가깝다.


주요인물 '토크빌-헌팅턴-데브스주의'로 분류
바이든 취임이후 상황 '뉴노멀 新정치학' 시사

저자는 서두에서 미국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모델의 수명이 "끝났다"고 결론내린다. 지금까지 상식으로 여겨져온 미국적 가치와 제도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은 건국의 시조들에 대한 경외감과 환상을 잊고 다시 설계도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혼돈과 이행의 시기에는 각 정치세력이 각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국 내 정치세력, 다시 말해 지지하는 유권자나 파벌이 어느 정도 세를 갖고 있는지는 제쳐두고 미국의 주요 정치인·브레인을 삼분지계로 내세운 점이 특이하다. 저자는 이를 각각 토크빌주의자·헌팅턴주의자·데브스주의자로 칭한다.

이름은 프랑스 귀족 출신 정치철학자로 미국 민주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던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 문명충돌론을 설파했던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1927~2008),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노동운동에 헌신한 미국의 노동조합 운동가 유진 데브스(1855~1926)로부터 따왔다. 토크빌주의자는 "미국의 가치와 제도를 사랑하고 내구성을 더 낫게 복원하려는 초당적인 세력"이다. 이들은 선도 지키며 미국을 다시 고쳐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카멀라 해리스 현 미국 부통령, 미국 정치학자 존 아이켄베리를 토크빌주의자의 예로 들었다.


헌팅턴주의자·데브스주의자는 기존 체제를 넘어서거나 바꾸려는 이들이다. 헌팅턴주의자는 "외부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고자 하는 문명충돌론자"이며 데브스주의자는 "기존 안정성과 엘리트적 관리의 토크빌주의 체제를 보다 민중적인 힘의 사회민주주의, 나아가 사회주의로 이행시키려는 이들"이다. 저자는 이를 각각 우파와 좌파의 버전으로 레짐(체제) 자체까지 바꾸려는 급진 세력이라고 규정한다. 전자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캠프 책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을, 후자로는 미국 민주당 버니 샌더스 캠프에 합류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월스트리트 개혁에 앞장섰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을 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 전 취재진과 얘기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 전 취재진과 얘기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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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잘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 발 붙이고 사는 우리 대다수와 크고 작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단의 족쇄를 걷어내기 위해 취임 초부터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꾸준히 교감하려 무던히 애썼다. 보통사람들이 주식시장을 기웃거릴 때나 코로나19 백신 소식을 접할 때도 미국은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이 미합중국의 위정자·관료 집단인지, 아메리카 대륙에 적을 둔 글로벌 기업인지, 300여년이나 된 이민자 국가에서 형성된 고유 문화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바이든 취임 이후 하나둘 윤곽이 드러나는 상황을 "뉴노멀에 대한 새로운 정치학"이라 정의 내리고 몇몇 시사점까지 추려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부터 출발하자거나 다양한 ‘플랜B’를 고려하는 시나리오적 사고로 전환하자는 제안, 입체적 시야를 가져야 한다거나 기후변화 같은 융복합 문제를 생존·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식이다. 다원주의적 국제주의, 바이오크라시의 실험주의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정치철학자의 이론이나 현실 정치인의 행보를 앞세워 설명한다. 이런 방식은 미국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가독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책장을 넘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요 등장인물의 배경에 대해 알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표지. 사진제공=메디치미디어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표지. 사진제공=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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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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