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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미래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전장은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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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학·군사전략의 권위자 로렌스 프리드먼 '전쟁의 미래'
과거의 전쟁부터 미래 예측까지 담아…선제공격·신기술이 승리 담보하진 않아
핵무기 발달로 전쟁 인식 더 신중해져…핵 개발 자체를 막는 쪽으로 전선 이동
"아시아는 그 지역 정치 복잡성과 결합땐 강대국 전쟁 무대 될 가능성 크다"

[이종길의 가을귀]미래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전장은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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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에는 많은 희생과 참화가 따른다. 전략가들은 피해를 줄이고자 신속한 승리에 주력했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최초 일격이 결정적이어야 길고 고된 싸움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역사적으로 이런 전투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과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은 상대에 큰 타격을 입혔으나 더 큰 패배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작전은 방심하면 당할 수 있다는 예시로 더 많이 거론된다.

실제로 기습공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여러 차례 강행됐다. 1950년 북한의 남한 침공, 1982년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제도 점령,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 등등. 전쟁을 일으킨 쪽은 모두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전쟁학ㆍ군사전략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렌스 프리드먼이 쓴 '전쟁의 미래'는 기습공격에 대한 기존 관념이 지금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결정적인 첫 국면에 집중하는 반면 더 호된 결과를 가져올 다음 국면에 유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신기술 개발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신봉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 그러나 기술은 독점하기 어려우며 그 효과를 제한할 방법도 계속 생겨난다. 현대 서구의 군대가 놀라운 기술로 전쟁의 환상을 조장하지만 여전히 느리고 혹독하며 결말도 없는 전쟁에 직면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레이먼드 맥매스터 장군은 이런 실패를 '뱀파이어의 오류'라고 표현했다. 전쟁 관련 시나리오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죽지 않는 뱀파이어처럼 툭 튀어나온다는 의미였다. 프리드먼 또한 신무기에 집착하거나 승리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현혹되기 쉬운 이름의 신개념들은 미래 전쟁에서 비용이 적게 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승리를 약속했다. 의심하는 자들은 옛 사고방식에 젖은 것으로 치부됐다. 먼저 보고 먼저 결정하며 먼저 행동해 결정적으로 끝낸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오류는 전쟁의 정치적ㆍ인간적 차원을 무시하고 목표 설정을 전술과 작전, 전략과 동일시한 데 있었다. 그것은 전쟁의 불확실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 궤적이 단호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적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부단히 변경됐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전쟁에 대한 인식은 한층 신중해졌다. 핵무기의 발달 때문이다. 핵무기는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2차대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람을 대규모로 학살하는 정교한 무기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전쟁은 더 흉포해졌다. 그래서 일부 세계 지도자들은 아주 작은 위기가 닥쳤을 때도 신중하게 처신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공유한 구호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전쟁은 승리를 가져올 수 없으며 결코 벌어져선 안 된다."


핵전쟁은 앞서 일어난 재래전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처럼 보였다. 지금은 두 유형의 전쟁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없는 듯하다. 재래전은 민간인을 해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자주 채택된다. 이와 달리 핵무기는 다른 나라의 극단적 행위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쟁의 압박이 느껴지면 태도는 얼마든 바뀔 수 있다.


미국보다 한참 뒤진 재래식 전력 소유국들은 핵무기를 절대적인 균형인자로 보는 듯하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미국에 우크라이나를 위해 움직이지 말라고 설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사하게도, 내 생각에 누구도 러시아와 대규모 분쟁에 들어갈 뜻은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주요 핵 강대국 중 하나임을 명심하라."


강대국들의 핵무기 경계는 새로운 차원의 전쟁을 유발해왔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라크의 미래 핵 프로그램을 방해하기 위해 전쟁에 나섰다. 최근 들어서는 핵무기로 보복당할 위협조차 무릅쓰고 이미 진전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발전시키려 드는 북한을 저지한다.


저자는 "핵무기 사용은 두려움의 대상인 만큼 나쁘기도 하고 어느 한 편을 우위에 올라서도록 돕는다"며 "다시 분노에 휩싸여 쓰일지, 쓰인다면 언제일지는 전쟁에 관한 이후 모든 논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썼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2차대전이 끝난 뒤부터 일종의 국제질서 수호자 역을 떠맡았다. 그 동맹국들은 미국 정부 내 안보 논쟁을 추적해 검토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의 지원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데 꽤나 노력한다.


저자는 이런 흐름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미국이 계속해서 우세한 군사적 지위를 누릴 것인가?' 미국은 재래식 전력으로 세계 도처에서 전쟁할 수 있는 유일한 강국이다. 하지만 이제는 간명하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없다. 이는 분단된 한반도에 두려운 시나리오로 부각될 수 있다. 기습공격에 대한 기존 관념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더욱 그렇다.


"미군은 공중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거나 해상 대결에서 군함을 잃을 것으로 예상한 지 오래됐다. 러시아는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겠지만, 경제적 약점 때문에 한층 더 강한 나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내부 안정을 유지하는 한 더 강력해지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아시아는 그 지역 정치의 복잡성과 결합할 때, 미래 강대국 전쟁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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