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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감사원장 스스로 중도사퇴는 '전대미문' 상황일까

최종수정 2021.06.29 11:00 기사입력 2021.06.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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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 스스로 물러나자 靑 "문민정부 이후 전대미문" 지적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9명, 양건 전 원장 사퇴 놓고 정치권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례에 비춰 볼 때 스스로 중도 사퇴를 임기 중에 하신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의’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감사원장인 최 전 원장은 4년 임기 중 6개월을 남긴 채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는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볼 수 있을까.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전적 의미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놀라운 일을 의미한다.


청와대 설명에 대한 사실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는 감사원장 임기와 관련한 규정과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 이후 기용됐던 감사원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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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임기는 헌법에 규정된 사안이다. 헌법 제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감사원장 임기 4년을 규정한 이유는 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감사원 조직의 권한과 독립성을 존중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문민정부 이후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감사원장으로 기용된 이는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다. 역대 정부는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해주려는 경향이 강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감사원장으로 기용된 이는 이회창, 이시윤, 한승헌, 이종남, 전윤철, 김황식, 양건, 황찬현, 최재형 등 모두 9명이다. 이시윤, 이종남, 전윤철, 황찬현 등 4명의 감사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임기 4년을 채운 경우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19대 감사원장 임기 4년을 채운 이후 20대 감사원장으로 다시 기용됐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회창, 김황식 전 감사원장은 각각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케이스이다. 임기 4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당시 정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기 위해 감사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사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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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현 전 감사원장의 사례처럼 전임 정부(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원장의 임기를 뒤이은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보장해 4년을 채우고 물러난 경우도 있다. 감사원장이 본인 의지에 따라 임기 도중에 스스로 물러난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최 전 원장의 사례는 청와대의 설명처럼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볼 수 있을까. 최 전 원장은 본인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의 선거 출마 등 정치적 목적 때문에 감사원장 임기 도중 스스로 물러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감사원장 스스로 임기 중도에 사퇴한 것을 전대미문으로 볼 수 있는지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용됐던 양건 전 감사원장 사례 때문이다. 양건 전 원장은 2011년 3월에 임기를 시작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8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건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로 교체되면서 중도 사퇴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윤철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라 자리에서 내려온 사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자연스러운 교체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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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원장은 2013년 8월26일 이임사를 통해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당시 양 전 원장이 밝힌 ‘외풍’의 의미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양 전 원장은 사퇴의 배경에 대해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지만 외풍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장 업무를 둘러싼 ‘외압’이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양 전 원장 퇴진을 본인의 선택이라고 바라본다면 임기 중에 스스로 중도 사퇴를 한 또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외압에 따른 결과물로 바라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역대 감사원장의 재임 기간과 물러난 배경 등을 종합해 볼 때 최 전 원장 사례처럼 정치적 목적이 중도 사퇴의 배경이 된 것은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은 사퇴 배경을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감사원장 스스로 임기 도중에 중도사퇴를 한 게 전대미문이라는 청와대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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