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광역자치단체에 5·6급 행정직 요청… "신설 조직 파견 부담", 광주시 외 파견 불가 입장
단독[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인력난에 이어 행정 인력난에 처했다. 검사와 수사관과 달리 일반직은 정원을 90% 채운 상태지만 과도한 업무량에 결국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인력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견을 승인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해 당분간 행정 업무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 행정사무관을 파견해달라는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복무, 보안, 회계 등 총무를 맡아줄 5급 2명과 6급 1명 등 총 3명을 요청한 것으로 파견 기간은 1년으로 잡았다.
공수처의 일반직 정원은 20명이다. 현재 대변인과 인권감찰관 등만 없는 상태로 나머지는 이미 배치돼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와 다른 새로 신설된 독립 수사기구인 탓에 일반직의 업무량도 상당했다. 내부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달 전국 시·도에 직무파견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으로 이들의 경험을 통해 출범 초기 행정 시스템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수처에 파견을 승인한 곳은 한 곳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광역시가 이달초 '별도정원 사전협의 검토'를 거쳐 회계과 행정 5급 인원을 파견하기로 결정해 지난 8일 공수처에 최종 통보했다.
나머지 15곳 가운데 10곳은 공수처 파견을 거부했다. 나머지 5곳은 내부심의 등 논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당초 공수처가 내건 파견 요청 시한을 훌쩍 넘긴 점을 감안하면 추가 파견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지방공무원법과 임용령 등에 따라 기관간 긴밀할 협조 관계를 위해 파견을 지원할 수 있지만 신설 조직에 파견된다는 부담으로 지원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법조계에서는 검사 및 수사관들의 인력난도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행정직 업무상 수사 파트와 연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사 인력 부재가 결국 행정 파트에도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수사 업무를 전산화하고 유관기관과의 정보 연계를 지원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의 부재도 지목된다. 공수처 내부 문건에 따르면 킥스 부재로 사건처리 지연, 행정력 낭비 등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사건처리, 기관간 자료교환 등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처리는 물론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공수처의 인력난이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제외한 23명이지만 지금까지 13명의 인력만 확보했다. 수사관 인력난은 더 심각하다. 정원 40명 중 자체 선발한 인력은 20명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공수처는 나머지 검사 선발을 위해 추가 채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검찰에서 파견한 수사관 중 일부가 파견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감안하면 수사력 공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1호 수사를 시작으로 수사 대상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지금의 인력만으로는 사실상 수사 공백, 부실 수사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며 "결국 계속되는 인력난은 앞으로도 공수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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