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 26척 호르무즈 묶여
2주로는 부족, 이란 허가 필요
최고가격제로 손실 장기화
"정유업계 향후 1년간 어려워"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중단되면서 한시름 놓았던 정유업계가 다시 난항에 봉착했다. 해협 인근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통행세와 보험료가 폭등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유 수급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손해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한국 국적선은 총 26척으로 원유 운반선 9척, 석유 제품 운반선 8척, 벌크선 5척,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1척, 자동차 운반선 1척 등이다. 국내 선박 상당수가 해협 통과를 대기 중인 상황에서, 글로벌 해상 물류 전반의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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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 발이 묶인 각국의 선박이 2000척이 넘는다. 다만 해협의 지형적 특성상 병목 현상이 발생해 모든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오기까지 2주는 물리적으로 짧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해협 통과에 여러 조건을 내건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해협 통과 시 이란 군 당국과 조율을 거쳐야 하고 기술적 제한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선사들이 해당 조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충족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해협이 열렸다고 해서 선사들이 개별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할 것 같다"며 "이란이 밝힌 여러 절차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이란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항 절차와 병목 문제로 선박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원유 운송 정상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된 유조선의 운항 재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 4곳 모두 1~2척씩 총 7척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립된 선박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수만 있다면 단기간에 일부 원유 수급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배들이 2주간 빠져나올 수 있게 되면 단기간 원유 수급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는 가격이 높아도 원유를 살 수 없는 상황인데, 일단은 높은 가격이라도 수급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주 휴전에도 정유사 사면초가…"통행세 폭등, 최고가격제는 발목" 원본보기 아이콘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원유 수급이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에 대한 신뢰성 여부가 불투명하고, 기존에 부과되지 않던 통행세가 생겨나거나 보험금이 과도하게 부과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휴전 기대 심리로 국제유가가 소폭 떨어졌지만, 일시적인 효과인지도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배가 다 빠져나와도 잠깐 숨통은 트이겠지만, 지속적으로 통행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며 "통행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유가는 계속해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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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으로 정유업계는 향후 1년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동 정유 생산 시설들이 파괴된 상황에서 이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는 고유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최고가격제로 기름값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데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마진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각 국가가 긴축 정책을 하다 보니 수출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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