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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주택자는 악마도, 선량한 공급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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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손익 계산하는 '투자자'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 의지
정교한 정책으로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기자수첩]다주택자는 악마도, 선량한 공급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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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주인은 손익 계산에 냉정해요. 전세 보증금을 올려야 되면 바로 칼 같이 올리죠. 젊은 집주인일수록 그런 경향이 뚜렷해요."


최근 취재 중 만난 서울 강남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다주택자 논란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는 대통령의 언급에 맞장구치지도 않았고 전세 물량을 시장에 대는 선량한 공급자라는 인식에도 선을 그었다. 단지 부동산으로 이익을 챙기는 투자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당연한 인식일 수 있지만 정책 찬반을 넘어 도덕적 판단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반응은 다소 신선했다.

그간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리더라도 다주택자는 악마도, 선한 집주인도 아니었다. 강남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막히면서 전세 상승이 예상되자 물건을 싹 거두고 후에 보증금을 올려 내놓는 일. 새로운 세입자가 없다며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렵다고 통보하거나 하자를 샅샅이 찾은 뒤 본인이 아는 업체에 수리 맡기겠다며 보증금에서 제하던 경험도 있다. 계약 때와 퇴거할 때 말이 달라지는 걸 대비해 임차 계약 전 특약사항을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도 괜한 게 아니었다.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요구는 명확하다. 투자·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투자하고 싶으면 부동산이 아닌 주식이나 펀드에 자금을 넣으라는 메시지다.


부동산을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5월9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겠다는 선언을 시작으로 정부는 본격적인 실거주 위주의 부동산 시장 재편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의 룰을 세팅하는 정부가 할 일은 여러 주택을 보유해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대 수익이 없다면 결국 투자자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악마'라는 표현을 써서 시장을 자극할 이유도, '선한 공급자'라고 다주택자들을 두둔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이 돈 버는 창구가 되지 않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꾸준히 밀어붙이는 역량이다. 룰이 흔들리면 시장에선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건 결국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로 하는 '정치' 보다 제도적 장치를 정교하게 구축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할 때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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