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다양한 방안 검토"
추진단 "노병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비전향장기수로 42년간 감옥살이를 안학섭씨(95)의 인도적 송환을 추진 중인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송환추진단)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외교부를 비판했다.
11일 송환추진단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100세에 가까운 고령의 전쟁 노병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송환추진단은 지난달 1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안학섭 선생 제3국경유 송환 관련 정부협조요청' 민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또는 중국을 경유해 조선(북한)으로 가겠다"고 밝히고 정부에 중국·러시아 입국 비자 발급 및 북한과 협의창구 개설 등 구체적인 절차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민원 신청의 형식을 빌려 통일부와 외교부에 송환 협조공문을 전달했다.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가 지난 8월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열린 '전쟁포로 안학섭 판문점 송환 일정 중대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명희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공동단장, 안 선생, 이적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공동단장. 연합뉴스
이후 통일부는 비전향장기수 송환 추진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북한의 의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3국 경유 북송을 추진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남북 간에 의사 확인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인도적·인간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을 추진해 나간다는 기본방침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외교부는 같은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관계부처와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해결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송환추진단은 "오늘도 잔혹한 고문의 후유증과 병든 몸으로 조국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안 선생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정부는 그 책임을 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송환추진단은 안 선생의 송환이 이뤄질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갈 것을 예고했다.
1930년 인천 강화군 출생인 안학섭씨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했고,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로서 북한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으나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를 선택했다. 당시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해온 비전향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으며, 이후 이 같은 논의는 계속되지 못했다.
안학섭씨는 최근 건강이 악화하면서 마음을 바꿔 북한으로 갈 것을 결심하게 됐다며 자신의 북송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는 지난 8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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