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 시절 총기 오발…회고록 통해 밝혀
“동생 살아 있었다면 내 삶 덜 불행했을 것”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2014년 왕위를 내려놓은 스페인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87)가 과거에 자신이 동생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총격 사고의 경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합뉴스는 영국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현지 매체를 인용,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최근 프랑스에서 회고록 '화해'(프랑스어판)를 출간하며 이를 직접 서술했다고 보도했다.
1956년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은 그동안 오랫동안 금기시된 가족사로 남아 있었으며, 공식적으로 조사나 처벌이 이루어진 적도 없었다.
회고록에서 후안 카를로스 1세는 "나는 당시 18세로 사관학교 생도였으며, 포르투갈로 망명해 지내던 아버지 후안 데 보르본을 방문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4세의 동생 알폰소와 집 위층 방에서 권총을 들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탄창이 비어 있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실에 남아 있던 단 한 발이 예기치 않게 발사됐으며, 총알은 알폰소의 이마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그는 "동생은 아버지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고 적으며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사고 직후 아버지 후안 데 보르본은 알폰소의 시신을 스페인 국기로 감싸며 애도했고, 사고에 사용된 권총은 바다에 던져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이후 외부에 사건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관련 사법 조치도 없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동생은 내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그의 죽음은 내 삶을 영원히 바꿨다"며 깊은 상실감을 털어놓았다. 그는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내 삶은 훨씬 덜 불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이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 체제 아래에서 왕위 후계자로 지명돼 1975년 즉위했으나, 말년에는 각종 부패 스캔들로 명성이 크게 실추됐다. 아들 펠리페 6세에게 양위한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거주하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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