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동향 2월호 발표
전달 이어 경기 우려 나타내
수출 우려에 내수 부진 더해져
설비투자는 회복세 흐름 보여
1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정국 불안에 대외 여건까지 안 좋아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한 차례 언급한 데 이어 이달에도 같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KDI는 이날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물렀다"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개선되었으나 건설업 부진에 기인해 생산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분을 중심으로 점차 둔화했다"고 짚었다.
또 "정국 불안의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 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통상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서도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금융 시장 동요가 제한이었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게 KDI 평가였다.
생산 부문에선 건설 한파 영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조업 일수 확대, 광공업 개선에도 건설업 부진으로 전년 동월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내수 역시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부진했다. 설상가상 대내외 불확실성도 확대하며 우리 경제를 옥죄는 모습이다.
KDI는 "정국 불안으로 12월 중 급락한 가계와 기업 심리 지표가 1월에도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 분쟁이 격화함에 따라 통상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 심리 위축으로 소비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승용차와 가전제품, 의복, 차량 연료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감소했다. 서비스 소비 역시 주요 업종에서 감소세가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 회복세를 지속했다. "선행 지표도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게 KDI 평가다.
다만 투자의 또 다른 축인 건설투자는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건설기성은 건축부문과 토목부문에서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며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했다. KDI는 "최근 주택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나 건설수주 등의 선행지표 개선세는 유지했다"고 짚었다.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수출 호조세에도 여타 품목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 분쟁이 격화하며 수출 여건은 악화한 상태다. 고용 시장은 내수 부진 영향이 지속하면서 고용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KDI는 "최근 환율, 유가 등 변동성이 큰 요인에 기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확대됐다"면서도 "미약한 내수가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시장과 관련해선 "대내 불확실성 영향이 축소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하며 변동성은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와 관련해선 계속해 우려를 나타냈다. KDI는 "주요 기관들은 세계 경제가 올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가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짚었다.
또 "미국 인공지능(AI) 기업의 과잉투자 우려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했지만 물가 상승세 둔화와 무역 협상 가능성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달러지수와 장기금리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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