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에 부는 변화 바람
이제 축구계가 합류할 때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코트를 누빈 끝에 금메달을 따낸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발언은 한국 체육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실망했다"며 대표팀의 관리 소홀과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체육인들이 겪는 고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지난해 말 열린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는 ‘아테네 영웅’이라 불리는 유승민 전 탁구협회 회장이 이기흥 전 회장을 제치고 당선되며 중요한 변화를 예고했다. 예상 밖의 결과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체육계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배드민턴협회에서도 확인됐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선거에서 패배하며 그동안의 관리 방식에 대한 불만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패배는 한국 체육계의 낡은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체육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였다. 빙상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오랜 파벌 싸움 논란 속에서 윤홍근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이수경 삼보모터스PL그룹 사장이 대한빙상경기연맹 신임 회장으로 당선되며 내부 혁신의 가능성이 열렸다.
이제 시선은 이달 26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로 향하고 있다. 한국 체육계의 ‘구태’로 지목된 인물들이 변화를 맞이한 것처럼,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선 연임도 위기에 놓였다. 축구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유는 그의 독단적인 리더십과 무원칙적인 운영 방식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정 회장의 4선 연임에 대해 국민 61.1%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독단적 운영(30.8%), 집행부의 무능과 무원칙(27.1%),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16%) 등이 꼽혔다.
한국 축구의 전설들은 오랫동안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들은 한국 축구가 현재의 방식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경쟁력을 잃고 국제무대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특히 구자철은 "이대로 가면 미래는 없다"고 강하게 지적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실질적인 개혁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문제 제기나 논의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이 뒤따라야 할 때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말뿐인 후회와 탄식이 아닌, 현실적인 대책과 적극적인 개혁이 필수적이다.
한국 체육계의 변화는 이제 시작됐다. 유승민 회장의 당선과 배드민턴협회의 리더십 교체 등은 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 축구도 이 변화의 물결에 합류해야 한다. 전통과 관행에 안주하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구태를 과감히 벗어나 보다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